[송두리의 눈] "의무가입기간이 있는 보험이 있나요?"

송두리 기자 dsk@ekn.kr 2018.03.11 14:53:25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000

▲금융증권부 송두리 기자.



"2개월 전 가입한 저축보험을 해지하려고 하는데, 3개월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해지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얼마 전 한 보험 가입자로부터 들은 내용이다. 대형 보험사의 한 설계사로부터 걸린 전화를 받고 저축보험 설명을 들은 그는 10년 간 돈을 모으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을 했다고 한다. 가입 후 자세히 보니 60세가 돼서야 받을 수 있는 연금보험이었고 보험료도 비싸 해지를 하려고 했으나, 설계사로부터 당장 해지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3개월 간 보험료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해지를 하게 되면 그동안 낸 보험료는 받지도 못한다고 했다. 설계사의 말에 따르면 ‘의무가입기간’이 있는 것이다. 가입자는 3개월간 낼 보험료가 아까워 유지를 해야할 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보험사에 확인해보니 이는 잘못된 얘기였다. 의무가입기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보험료는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지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설계사가 잘못 알려준 불완전판매일 수 있다"며 "계속 해약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본사로 민원을 제기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보험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라 소비자는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 보험을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설계사는 소비자들 보다 우위에 있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졌다고는 하지만, 보험은 워낙 다양한 내용과 특약 등이 있고 구조가 복잡해 평소 보험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아니고서야 판매자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이력을 관리해 설계사를 퇴출시키는 등의 방법을 실행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도 나온다. 불완전판매가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설계사 수당 시스템에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은 판매 건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더 높은 수수료를 받는 보험을 많이 판매하려고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이 늘어나는 것도 결국 수당과 관련이 있다"며 "보험사들은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설계사들이 어떻게 판매하는지는 일일이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방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보험을 팔려고 하는 설계사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신경전은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되돌이표에 그치고 있다. 불완전판매 줄이기에 대한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엄격한 제재와 함께 불완전판매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에 대한 파악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보험가입에 대한 최종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다. 더불어 소비자들도 보험가입 전 보험 내용이나 약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