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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최저임금 인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12 01:15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박 모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청소용역 근로자 3명에게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위한 서류를 요청했으나 모두가 난색을 표하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연금을 수령하거나 고용보험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것보다, 당장 생활비에 충당할 수 있는 현금으로 직접 받기를 원했다. 신용불량자로서 소득 노출에 대한 우려로 고용 사실을 알리기 원치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이 2.6%로 결정됐다. 하지만 일반직 9급 1호봉은 최저임금에 미달해 급여를 추가로 인상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급여를 3년간 연평균 12.1%씩 올려야 한다. 현재 급여 체계상 2020년에 최저임금을 밑도는 공무원은 7급 1호봉까지 해당한다.

경제구조의 중간부를 구성하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의도치 않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른바 ‘최저임금의 평균임금화’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올해 23.6%를 기록하며, 463만 명이 직접적으로 최저임금의 강제성하에 놓이게 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인상에 의존하는 것은 그것이 매우 직관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괄적인 법정 임금 인상은 정책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뿐 아니라, 임금 근로자들이 급여 인상을 체감하기도 쉽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구, 사업장, 지역, 산업, 세대, 경제구조 등 복잡한 이슈들로 얽힌 저임금 구조가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으로 풀릴 리 만무하다.

최저임금 제도가 1988년 도입된 이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년 최저임금 인상 논쟁이 노사 간에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임금을 둘러싼 제반 환경은 바뀌지 않은 채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최저임금 제도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에서 시작해 최저임금으로 끝나는, 저임금 해결의 닫힌 순환 고리를 끊어낼 때가 됐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임금총액의 중위값 대비 50%를 넘어서게 된 현 시점이 저임금 구조 개선을 위한 다음 단계들을 논의할 적기이다.

제도의 대안들을 찾고, 보다 폭 넓은 관점에서 저임금 구조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더디더라도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답을 도출할 수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장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는 빈곤한 가구에 일을 한 만큼 비례해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확대 시행이 있다.

가구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돼 최저임금 수령자의 69.5%가 중산층 이상 가구의 구성원들인 최저임금 제도와 달리, 근로장려세제는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득 분배 효과가 최저임금 인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임금 구조의 근본적인 해결 실마리는 구조적 혁신에 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구조를 구축해 기업이 저임금에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이후 미래를 이끌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시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한편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키고, 중소기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혁신성장을 통한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현실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최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경제구조이다. 우리 사회가 저임금 구조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에 사회적인 역량을 집중해 ‘달을 가리키는 데도 손가락만 보는’ 우(遇)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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