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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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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미국산 LNG가 글로벌 가스시장 바꾼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12 07: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 주 철강 관세폭탄을 신호탄으로 전세계에 무역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가스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후보시절부터 셰일가스를 ‘보물’로 지칭하며 에너지 순수출국 도약을 공언한 만큼, 에너지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관행과 다른 판매계약 형태를 띈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으로 가스 시장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 에너지 믹스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으로 천연가스 발전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미국 LNG가 글로벌 가스시장을 바꾼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의 LNG 수출이 증가하면 가스 거래 형태가 석유처럼 상품화 되고 가스 트레이딩 사업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의 기업들도 시장 변화에 대응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글로벌 가스시장은 수년째 ‘먹구름’

▲(표=BP/에너지경제연구원)


일단 글로벌 가스시장의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글로벌 가스시장은 시장 내 공급 과잉과 저유가 여파에 가격 하락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가스 수요 증가세는 느려지고 있는데, 공급은 둔화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 수요 연평균 증가율은 2010년에서 2013년 2.0%에서 2013년에서 2016 사이 1.5%로 둔화된 반면, 공급 증가율은 같은 기간 1.7%에서 1.4%로 상대적은 둔화폭이 낮았다.

이에 따라 2015년의 경우 3억5700만 톤의 초과생산(소비 8억1800만 톤, 생산 11억7500만 톤)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가스 가격은 국제유가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움직이는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도 2013년 배럴당 98달러에서 2016년 43달러로 급락함에 따라 가스 가격(LNG, 일본 운임 및 보험료 포함 가격 기준)도 2013년 100만 btu(영국열량단위)당 16.2달러에서 2016년 6.94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점유율 늘어나는 미국산 L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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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우드맥킨지/에너지경제연구원)

한편, 시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가스 생산 설비를 계속해서 확장함에 따라 시장에서 미국의 생산 및 수출 비중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생산 중 미국 비중은 2006년 18.2%로 20%를 밑돌았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2016년 21.1%까지 상승했다.

2015년 유가 급락으로 도산한 미국 기업이 많았지만, 개발 초기 대비 향상된 채굴기술과 생산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셰일업계는 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 역시 2015년까지만 해도 4%대였으나 2016년에는 6%를 기록하면서 6억4700만bcm을 수출하며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독립 정책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 연료 수출 확대 등 정부 정책도 미국의 가스 순수출국 전환에 영향을 미친 한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가스 수출 중 LNG 비중은 2015년 1.4%에 불과했으나, 2016년 6.8% 기록했다.


◇ "미국산 LNG, 도착지 제한 조항 없어 시장구조 바꿀 것"

보고서는 "현재 세계 LNG 수출 중 미국 비중은 2% 미만이지만, 도착지를 지정하는 기존 계약 관행과 다른 판매 계약 때문에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6년 신규 가스 계약 53건 중 미국은 7건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수출되는 LNG는 도착지 제한 조항(Destination Clause)이 없기 때문에 본선 인도 가격(FOBㆍFree on board) 가격 계약이 가능하며, 제3자에게 재판매가 가능한 계약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계약 형태가 보편화될 경우, 수입업체는 계약 물량을 판매하고 남으면 미국 LNG를 완충제로 활용해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가스 수입자 입장에서는 계약 물량을 판매하고 남을 경우, 판매선 다변화가 가능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가스도 석유처럼 상품화…관련설비 수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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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국제에너지기구/에너지경제연구원)


시장은 LNG 중심으로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LNG 비중이 커지면서 2040년에는 세계 가스 물동량 중 50% 이상을 LNG가 차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LNG 수출이 증가하면 도착지 제한 조항이 없는 미국식 판매 계약 형태가 확산되면서 가스 거래 형태가 석유처럼 상품화 되고 가스 트레이딩 사업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BP, 로열더치쉘 등 메이저 에너지기업 입장에서도 소싱을 다변화하고 운송 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되면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또, 고정 공급처를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스팟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신규 트레이딩 업자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경우, 자가용 직도입이 용이해지고 잉여 물량의 재판매도 가능해져 물량의 탄력적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가스공사가 미국에서 구매한 LNG 350만 톤 중 일부를 다른 기업에 재판매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가스 판매의 경우 반드시 지정된 지점으로 운송해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원유 운송과 같이 불특정 지점으로 운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LNG 관련 설비(액화, 기화, 저장탱크, FSRU2 등)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 가스시장 격동기, 국내기업들도 '잰걸음'

그렇다면 새로운 변화의 시기,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고서의 저자인 장원익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가스 소비가 많은 한국은 시장 변화에 대응해 역량 발휘와 시너지가 가능한 구조로 가스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 연구원은 "국내 여러 기업들은 전 밸류체인에 걸쳐 가스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중류를 중심으로 상류 및 하류사업과 연계해 확장하는 동시에 강재공급, EPC 운영 등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관련 기업들의 보유 역량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컨센서스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포스코는 미얀마 가스전 성공을 발판으로 LNG 트레이딩, 터미널, 배관, 벙커링과 가스 발전사업 등 관련 영업망을 탄탄히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또, LNG 선박 시장이 성장하는 시점에 발맞춰, 지난 1월 LNG 상선 그린아이리스호를 출항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포스코 뿐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6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미국 셰일가스를 들여올 17만 4000㎥급 국적 LNG 27호선 ‘SK 스피카’호에 대한 명명식을 가졌다.

국적 27호선 SK 스피카호는 2014년 가스공사가 2017년~2037년까지 20년간 미국 사빈패스로부터 연간 280만톤의 LNG를 도입하기 위해 발주한 6척 가운데 마지막 배다.

삼성중공업에서 2014년 건조를 시작해 올해 3월 9일 SK해운에 인도, 4월 23일 미국 셰일가스를 선적하고 파나마운하 및 태평양을 거쳐 5월 21일 가스공사 LNG 생산기지에 하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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