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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입법불비' 상태지만 현행법으로 ICO 금지 기조 유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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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이 G20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가상화폐 불공정 거래행위를 단속하고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금융위는 ICO에 대해 전면 금지한다는 당초 발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사진=기재부)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와 관련한 주요 국가 공조가 논의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이 재확인됐다.

ICO는 주식의 IPO처럼 외부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는 일종의 ‘펀딩’이다. 다만 조식의 IPO가 투자자(Investors)들을 모집해 지분과 의결권, 수익에 따른 배당금을 주는 것과 달리, ICO는 지지자(Supporters)들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사업계획서(백서)의 가치를 판단해, 금액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댓가로 가상화폐를 받는 형태다. 당연히 ICO를 통해 획득한 가상화폐는 배당금이 없고 한국거래소 같은 중앙집중 조직이 없다. 오로지 해당 사업자의 사업모델이 성공을 거둬, 그에 따른 가상화폐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수익이나 배당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29일, 금융위, 기재부, 법무부, 방통위, 국세청, 금감원 등이 주축이 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를 개최하고 ‘증권발행 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강력한 제재가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신사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여러 업계의 반발을 샀다.

코인스케줄, CB인사이트, 골드만삭스 글로벌투자리서치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ICO 모금액 규모가 월간 모금액 5억 달러 상당으로 훌쩍 커졌다. 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ICO로 모금된 자금 규모는 16억 6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지금도 수백여 업체가 ICO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ICO 금지를 발표했지만 현재 그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지는 않았다. 다면 금융위원회는 다단계법, 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 방지법 등 여러 관련 법을 적용하면 ICO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당장 ICO 실시에 따른 처벌을 받을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해외에서 ICO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거리적으로 가까운 싱가포르에서 ICO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외 ICO에 따른 국가적 손실에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을 통해 초기 사업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자, ICO를 통해 금액을 충당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금지 기류가 강해지자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직원을 고용한 후 국내로 역 유입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해외에 빼앗기게 되고, 외화 유출도 크다는 게 ICO 진행 업체들의 불만이다.

이에 금융위는 "작은 것을 생각하다 큰 것을 놓치게 된다"고 일축했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가상통화 대응팀장은 "지난해 가상화폐 버블 내지 투기과열 상황을 기억해 보면 전 국민적인 피해나 손실이 상당했다. 몇몇 일자리 창출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ICO 전면금지를 금융위에서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고, 이에 대한 수정이나 변화의 생각이 없다"고 ICO 금지 기조를 강조했다.

홍 팀장은 또 "미국이나 일본 등 나라별 법·규제를 살펴보면 관련 법이나 규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미국도 현행 증권법률상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규제를 (가상화폐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ICO를)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현재 스위스만이 ICO에 대해 가장 적극적이다. 소도시 주크에 ‘크립토밸리’를 구축하고 해외 ICO와 가상화폐, 블록체인 관련 인력과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 스위스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벤치마크할 나라가 없다고 설명했다. 차후에는 G20 주요 국가들과 관련 문제들을 공조해나가기로 한 만큼, 학습하고 기준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금융위의 ICO 금지 발표 직전 국내에서 ICO를 실시한 글로스퍼는 국내 ICO만으로 148억 원을 모금했다. 글로스퍼는 향후 해외 ICO까지 더해 총 60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다른 국내 블록체인 기업 써트온은 해외 ICO를 통해 250억 원을 모금했다. 써트온은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 생체인증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서울대학교·한림대학교 병원과도 제휴를 마쳤다. 이들 기업은 ICO를 통해 손쉽게 투자금을 확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외적으로 금융위의 ICO 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ICO를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 큐냅스는 1차 Pre-ICO를 통해 724.92 이더리움을 모금했다. 이달 20일부터 4월 1일까지 2차 모금을 통해 4000이더리움을 모금하는 것이 목표다.

유영근 큐냅스 대표는 법무법인의 조언을 통해 국내에서 ICO를 실시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 하에 ICO를 진행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ICO 금지하는 것은 ‘입법불비(立法不備)’ 상태"라며 "먼저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ICO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큐냅스는 지속적으로 법률자문을 구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업무보고와 회계보고를 하는 등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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