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덕환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대표

전지성 기자 jjs@ekn.kr 2018.03.25 23: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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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립기념 토론회에서 "화석에너지,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추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국의 에너지 관련 교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합리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백년대계가 돼야 할 에너지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령모개식으로 바뀌어 경제 주체들이 큰 혼란을 겪는 것은 물론 경제적 비효율성과 국부 낭비, 환경파괴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교수)를 만나 창립 배경과 에너지 정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에교협 창립 배경을 설명해 달라.

국가의 백년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정책은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작년 조기 대선의 여파로 충분히 숙의되지 않은 채 공약으로 제시됐던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기조 속에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 화석에너지,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추진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려고 한다. 에너지 전문가는 물론이고 에너지 정책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과 함께 진지한 논의를 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대정부 권고와 제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와 활동을 위해 에교협을 창립했다.

△ 현재까지 에너지전환 정책을 평가한다면.

작년에 우리는 ‘나라다운 나라’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다. 대통령 업무지시라는 명목으로 법률적으로 정해진 부분을 초월해 노후석탄화력 일시 가동중단,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중단,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공론화 위원회,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등이 추진됐다. 일방적으로 입안되고 공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8전 기본) 시행도 경험했다. 건설 재개를 선택한 공론화 시민 참여단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라는 법질서 파괴 사태는 초래되지 않았다. 정부는 공론화 이후 탈원전 로드맵을 성급하게 공표해 기정사실화 했다. 최대 전력 수요를 무리하게 낮춰 잡은 8전기본의 예측은 시행 한 달도 안 돼 크게 벗어 났다. 지난 겨울, 전력 수요감축지시가 10여 차례 발동됐음에도 최대 전력 수요는 예측보다 무려 3GW를 초과한 88.2 GW가 됐다. 에너지 정책은 연속성, 안정성,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미래예측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은 여러 차례 경험했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기고 무엇이 잘못된 지를 검토해 실수 없이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도박이 아니다.에너지정책은 이념과도 떨어져야 하고 정치와도 떨어져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문제점이 있다고 했는데.

기본방향은 ‘에너지 전환’, 국민안전과 환경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선순위를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수요관리라는 명목으로 적정 설비예비율을 37%에서 22%로 축소하고 전력수요를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9.15 순환정전의 악몽을 망각하고 경제성장을 포기한 비현실적 계획이다. 수요예측 축소의 배경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하향조정이다. 못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산업부가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GDP성장률이 하향조정 된 것은 기재부가 산정방식을 바꿨기 때문인데 산업부는 진짜 경제가 망가지는 것으로 보고 전력수요도 함께 낮춰버렸다. 석탄화력, 원전을 버리고 신재생을 선택하겠다는 것도 현재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버리고 미래에 완성되지 않은 기술에 올인하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분산형 전원 확대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아파트, 소방서 꼭대기를 발전소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발전소는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게 좋다. 신재생단지를 위해 건물마다 지하실에 배터리를 잔뜩 채우겠다는데 배터리는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다. 현재 전국의 신재생 발전사가 1549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운영하고 있어 전문성 결여가 우려된다.

△ 탈원전·탈석탄 논란 속에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의 방향성은.

지난 30년 동안 원자력은 기저전력원의 역할을 충실히 잘해 왔다. 원전 안전에 대한 사실 왜곡에 의해 원전 위험성이 과장돼 과도한 공포와 불안이 작년 대선 정국에서 탈원전 여론을 형성했다. 그 여론을 수용한 정치권에 의해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원전 25기중 11기가 현재 보수정비 차원에서 가동 정지돼 원전의 가동률은 60%로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LNG와 석탄 등 연료가격은 크게 올라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고 있다. 한때 경영흑자를 구가하던 한전의 영업수지는 작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그만큼 전기료 인상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원전과 석탄화력은 위험한 개도국형이고, LNG발전과 재생에너지만이 안전하고 친환경적 선진형이라고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사실상 그간의 세계 주요국의 원전 가동을 통해 그 안전관리 이력이 입증돼 왔다. 석탄발전의 미세먼지도 고성능 집진장치를 통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지금의 에너지정책은 안정적 공급 외에도 고려할 게 많아졌다. 전기생산 방식과 에너지원도 다양하다. 원전의 위험성이 걱정된다면 확실히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고 안전히 운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현명하다. 우리나라는 6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확보했다. 좀 더 적극적, 도전적, 합리적 방법으로 선택해야 한다. 도망가는 게 답은 아니다.

△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적정한 에너지 믹스를 결정하는 게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이다. 문제는 지금 과학적이고 합리적 판단 보다 정치적 판단에 의한 에너지 정책 수립과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수립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도 그 기본 기조가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3020으로 정해져 있다. 이 계획을 수립할 인사들 중에는 강력한 탈원전 주창자들이 포진해 있는 반면 그 문제점을 제기하고 토론에 임할 인사는 전혀 없다. 법과 제도에 따른 사회적 공론화와 책임 있는 정책적 의사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은 정파적·이념적 논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전문가의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국가와 국민의 미래만을 위한 합리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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