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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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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러시아, 장기 석유동맹 맺나…변수는 美셰일가스 증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28 13:22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1년 넘게 감산에 공조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아예 10∼20년간 ‘석유 장기 동맹’을 맺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셰일가스 증산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OPEC과 러시아는 매년 갱신하는 방식으로 석유 관련 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를 10∼20년짜리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왕위를 이어받을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미국 방문에서 "러시아와 세부 사항을 제외한 큰 그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은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가 2016년 30달러선으로 폭락하자 러시아 등과 ‘감산 공제 체제’를 꾸렸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멕시코, 카자흐스탄 등 비회원 산유국은 지난해 1∼6월 하루 18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으며, 이후에도 합의를 연장해 올해 말까지 감산을 유지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협정에 따른 하루 30만 배럴 자체 감산 의무를 지난해 5월 달성했고 이후 같은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사회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추진 중인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에도 높은 유가가 유리하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도 "10∼20년짜리 석유 동맹이 이뤄지면 석유와 가스 부문에도 대규모 투자가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OPEC과 러시아의 동맹이 국제유가 하락세 저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들 산유국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셰일가스가 시장에 밀려들고 있는 데다 변덕스러운 러시아가 언제 협정을 파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설명과 달리 최근 OPEC과의 감산 합의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블룸버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3∼4분기로 예상되는 국제 원유 시장 균형 회복 뒤에 OPEC과의 합의(감산 합의)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는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OPEC 회원국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목표치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가 70달러를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60달러 안팎이 적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려 결국 유가의 동반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이에 이란은 오는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자체 생산량을 합의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60달러대 중후반을 오가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30달러(0.50%) 내린 65.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01달러(0.01%) 하락한 70.11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71.0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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