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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제대혈 보관하셨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01 17:56

양정윤(메디포스트제대혈고객지원팀 부장)

▲메디포스트 제대혈고객지원팀 양정윤 부장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탯줄 속에는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뼈, 근육 등으로 분화 가능한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한 혈액, 즉 제대혈이 들어 있는데, 출산시 이를 보관해 두면 아기 본인이나 가족이 난치병에 걸렸을 때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제대혈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악성 혈액질환을 앓고 있던 환아가 동생의 제대혈을 이식받고 치료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골수를 대체하는 중요한 치료원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백혈병과 재생불량성빈혈 등 혈액질환 뿐 아니라 뇌성마비, 발달장애와 같은 뇌신경계질환에도 이식이 시도되면서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제대혈 보관이 시작됐으며 당사도 이 무렵 제대혈은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반적인 제대혈의 보관 기간은 15년이었는데, 어느새 이들 초기 보관자들의 만료 기간이 도래해 업계가 분주하다

제대혈의 보관 만료 시점이 되면 위탁자는 보관 기간을 연장하거나 폐기를 요청할 수 있다. 당사 고객들의 경우에도 줄기세포의 활용성과 가치를 고려해 보관 기간을 연장하는 분들과 폐기하는 분들로 나뉜다.

이러한 결정은 개인의 병력과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연락처나 주소가 변경돼 당사에서 최선을 다해 연결을 시도하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다.

이 때에는 보관 기간 경과 시점에 제대혈을 폐기하도록 규정한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제대혈관리법)’에 따라 고객에게 연장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폐기하고 있다. 보관 기간이 만료된 제대혈을 계속 보관하는 경우 불법적으로 사용되거나 매매될 우려가 있어 현행법에서는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기 이전에 고객과 연락이 닿는 것이 중요하다.

보관 만료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깝거나 천만다행이다 싶은 사례들도 있다. 만기 1년 전까지 연장 의사가 없었으나 종료를 얼마 앞두고 아이가 혈액질환에 걸려 부랴부랴 연장을 신청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제대혈을 폐기한 뒤에야 겨우 연락이 되어 연장하지 못한 아쉬움을 성토하는 고객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던 적도 있었다.

제대혈 보관 초기 기준으로 삼았던 기간인 15년은 소아 청소년기에 발병률이 높은 소아암을 주로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은 제대혈 줄기세포의 활용 범위 확대로 성인의 사용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20년 이상 혹은 평생 보관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특히 제대혈은 액체질소를 이용한 초저온 기술로 냉동 보관하면 오랜 기간이 지나도 세포의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장기 보관을 의뢰하거나 기간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제대혈관리법을 시행하면서 엄격한 지침과 규정을 마련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제대혈을 안전하고 모범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에 속한다.

이 법은 제대혈의 채취·보관·이식·연구 과정에서 제대혈의 품질과 의학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았으며 제대혈은행에 대한 정기적인 심사도 실시하고 있어 2000년대 초반보다는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아이가 출생 이후 제대혈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성장해주는 것만큼 부모에게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시점에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없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대혈 보관 만기 직전 연장을 선택한 환아 가족의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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