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트럼프 '으름장'에 국제유가 요동...2014년 이후 '최고치'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4.13 07:59:06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美, 시리아에 미사일 발사 경고 전면전시 중동 원유공급 차질
수급 호재 작용 투자수요 몰려
OECD 원유재고 5300만 배럴 전년대비 3억 배럴 이상 줄어
향후 유가상승폭 더 가파질 듯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한 달 가까이 미·중 간 무역전쟁 우려에 시름시름 앓던 국제유가가 12일(현지시간) 3년 5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미사일을 쏘겠다고 경고하자,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유가 폭락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초읽기에 들어갔다. 원유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무역전쟁 우려는 잦아든 반면, 시리아를 둘러싼 군사적 위기가 높아지면서 ‘수급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 감산으로 가뜩이나 수급이 타이트해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자 유가가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WTI는 0.4%(1.19달러) 오른 배럴당 67.07달러에 거래됐다. WTI는 이틀전인 11일 장중 한때 2014년 12월 4일 배럴당 68.22달러를 기록한 이래 최고치인 67.45까지 올랐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2.0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28일 배럴당 73.41달러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서방의 군사옵션이 현실화하면 중동지역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 속에 투자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시리아에 발사되는 모든 미사일을 요격하겠다고 한다. 기다려라 러시아, 아주 멋지고 새롭고 ‘똑똑한’ 미사일들이 올 거다!"라며 대(對) 시리아 미사일 공습을 경고한 상태다. 시리아가 중요한 산유국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 내 갈등의 징후가 발생하면 중동 원유 흐름을 둘러싼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사우디의 미사일 요격 소식은 우려를 심화시켰다.

다만, 시리아 사태는 단기요인에 불과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김훈길 연구원은 "미국이 시리아에 군사 개입할 경우 작년 4월 시리아 폭격 당시를 고려할 때 유가는 10% 안팎 오를 수 있다"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리스크 이벤트는 대부분 조기 종료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반기 국제유가는 완만하게 안정돼 가는 수순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원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 닷컴의 닉 커닝엄 연구원 역시 "시리아의 원유생산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이번 사태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겠지만,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될 경우 유가에 가해지는 상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 전망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듯 했던 미중 간 무역전쟁은 가라앉는 모양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 등 경제 개방 방침을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맙다’고 화답하면서 미중 사이에 다시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미국 에너지산업을 파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산 LPG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던 데서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연합)


오히려 미중간 에너지 협력은 더욱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중국과 미국이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CNPC의 왕이린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와 미국은 대결보다는 협력의 여지가 더 많다"고 언급하면서 "CNPC는 미국계 회사인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와 훌륭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화는 역사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CNPC는 지난 2월 미국에서 LNG수입 장기계약을 처음으로 체결한 상황이다. 미국 셰니에르 에너지는 2043년까지 중국으로 매년 120만톤 수출할 예정이며, LNG 수출터미널을 올해 말이나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지난 주 무역전쟁 우려에 내리막길을 걷던 국제유가는 이처럼 리스크가 해소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실제 브렌트유는 4거래일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7% 넘게 폭등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미중 간 무역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유가는 금새 배럴당 70달러까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이란 이슈가 향후 수 주 안에 유가를 좌우할 주 요인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선 세계 원유 공급에 손실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 급감이 꼽힌다. 지난 3월 한 달에만 일일 원유생산량이 151만 배럴 감소하며 2월 대비 10만 배럴 추가 하락했다. 현 상태가 이어지더라도 산유량은 계속 줄겠지만,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석유기업 PDVSA에 제재를 부과할 경우 상황은 훨씬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월 선거를 강행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워싱턴에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출입 통로를 차단할 경우, 남미 국가들의 원유생산량 하락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란 핵협의 파기 가능성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12일까지 만족할 만한 수정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복원한다면 다시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의 핵협의 파기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12개월 내에 세계 원유시장에서 50만 배럴이 감소하게 된다.

사우디 정부가 배럴당 80달러의 유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루머도 유가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은 아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단기간 수익을 위해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손실분을 추가 공급하지 않을 경우, 시장은 더 타이트해지고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람코 상장을 앞둔 사우디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

▲2016년 1월∼2018년 1월 OECD 원유재고 vs 5년 평균. 석유제품/원유+천연가스액+공급원료 (단위=1백만 배럴, 표=국제에너지기구,에너지경제신문DB)


그렇다면 원유시장이 타이트해진 배경은 뭘까. 지난 몇 년 간 리비아, 나이지리아, 캐나다 산불, 허리케인, OPEC 감산 등 수차례의 공급차질 요인들이 있었다. 오늘날과 차이점은 잉여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월 OECD 원유재고는 5년 평균 수준 바로 위인 5300만 배럴을 웃도는 수준까지 감소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억 배럴 이상한 줄어든 것이다.

커닝엄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차질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향후 수 개월 내에 공급과잉 물량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이 이미 타이트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시리아 공습 등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유가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이미지

카드뉴스

+ 더보기
[카드뉴스]
[카드뉴스] [카드뉴스] '갑'의 횡포, '을'의 눈물...취업준비생 울리는 기업의 채용 갑질 [카드뉴스] '자유·민주·정의' 민주주의의 꽃...4·19혁명 58주년 [카드뉴스] [카드뉴스] 택시에 오토바이까지...지금 자전거전용차로는?

스포테인먼트

0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