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글로벌 경제 제재의 파장과 차세대 패권 경쟁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04.15 1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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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교수

▲김석환 한국유라시아연구소장 겸 한국외대 초빙교수


최근 미국발 제재의 힘이 세계 경제에 거친 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과거에도 경제 갈등으로 인한 보복관세나 제재 등은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 갈등이 겹쳐진 가운데 동맹과 우호국을 포함한 채 전방위적으로 확산한 예는 찾기가 어렵다.

특히 과거의 제재와 갈등은 초강대국들 중 일부가 세계의 경찰 혹은 현존 질서의 수호자로서 기능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제 전쟁과 갈등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누가 경찰인지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러한 전선의 다양함과 광범위함을 과연 미국과 세계가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 글로벌 경제와 현존하는 글로벌 안보 시스템이 어떤 ‘결과의 파장’을 연출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를 정점으로 한 개방경제는 분명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시리아, 우크라이나에서 목격했듯 유엔의 결정이 아닌 특정 국가 주도의 ‘주권 국가’ 사태에 대한 개입은 국제법 위배 소지를 낳고 인권과 규범, 주민 자율권을 앞세운 국제 규범의 책임 수행론과의 논쟁을 더욱 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논쟁에 현존하는 글로벌 질서의 최고 행위자들인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이 각 전선에서 상호 모순적인 논리를 앞세운 채 다양하게 얽혀 있다.

일대일로와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신동방정책 등과 같은 지정학 전략의 충돌과 경쟁은 논외로 놓고 경제 영역만 보더라도 동맹과 적대 혹은 경쟁국의 전선이 매우 복잡하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는 철강과 알루미늄, 농산품과 지적재산권 등을 중심으로 하는 보복관세 전쟁 중이다. 또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대선에 대한 개입의혹, 시리아 전쟁 등을 놓고 경제 제재 전쟁 및 지정학 전쟁을 하고 있다. 여기다 유럽연합과도 디지털 세금 등을 놓고 조세 전쟁 및 철강 등의 품목에 대한 관세를 놓고 긴장을 벌이고 있다.

상품 및 관세, 원자재 및 에너지, 디지털 기술 및 특허권 등 20세기 전통산업과 4차 산업 혁명의 미래 주도권 영역까지 거의 모든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와 관세 전쟁이 과거와는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산업구조는 유례없을 정도로 상호의존적이다. 글로벌 가치 사슬 및 공급 사슬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희토류와 첨단산업, 핀란드의 유제품 산업과 러시아의 수입 시장, 러시아 올리가르흐 올렉 데리파스카에 대한 제재와 국제 알루미늄 가격과의 상관관계 등과 같이 특정 부문과 특정 산업, 초대형 기업들이 공급 및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 의존이 더욱 강화된 상태다. 기술이전과 자원 개발, 그리고 자본의 흐름도 상호 의존적이다.

현재의 경제제재 및 보복관세 갈등은 이런 상호의존 구조의 변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 미국의 정책 입안가들이 대단히 공세적인 미국적 논리구조와 복합적인 안보관의 소유자들이라는 점과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질 것이다. 순간적인 협상으로 특정한 국가들 간의 관세 문제가 타결된 다 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산업 패권 및 경쟁력 그리고 자본과 기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책임자가 이야기 했듯 관세조치는 협상용 전술이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 측면에서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에 대한 대응 전략의 수단이 되고 있다.

한국의 대외전략은 이런 상황에서 복합적 사고와 복합적 대응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제재 및 보복관세 전쟁이 지정학적 리스크 및 글로벌 리더십의 자존심 싸움이 맞물려 돌아가는 장기 전략의 쟁패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차세대 패권의 흐름과 차세대 산업의 경쟁력 및 우열 구도 결정 과정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도 이런 장기적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 전략을 입안하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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