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국지엠 노조 ‘마이웨이’...한국 車산업 경쟁력 ‘휘청’

여헌우 기자 yes@ekn.kr 2018.04.15 15: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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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3공장 의장라인. 이 공장은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국내 공장의 절반 수준이다. (사진=현대자동차)



‘고비용 저효율’의 악순환 고리 속에 휘청이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 환경에 그릇된 노동조합 문화가 비수를 꽂고 있다.

존폐기로에 선 한국지엠 노조는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복지후생비를 줄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고용절벽과 지역경제 파탄이 우려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현대차 노조도 무리한 임금인상을 통과시키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기본급 11만 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통과시켰다. 요구안에는 임금체계 개선, 해고자 원직복직, 조건 없는 정년 60세 적용 등의 내용도 담겼다.

노조는 한 술 더 떠 협력업체들의 임금과 납품단가까지 자신들이 정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사내하청 임금 7.4% 인상, 하청업체 부당계약 등 공정거래법 위반 근절대책 마련 등을 임단협 과정에서 요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최고의 평균 연봉을 받고 있는데다 중국·미국 등 판매가 회복되지 않아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2017 임단협에서 기본급 5만 8000원 인상, 성과급 300% + 280만 원 지급, 현금 20만 원 상당 상품권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새로 수립한 임금협상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협상 타결 과정에서 24차례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30년만에 처음으로 해를 넘겨 교섭을 마무리했다. 차량 생산 7만 6900여대, 1조 6200억 원 가량의 생산차질이 발생해 회사를 멍들게 했다.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며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노사간 자구안 마련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당초 GM은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부평·창원 공장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었다. 다만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임단협 교섭에 진전이 없자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찾은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 사장도 신차 배정 일정 등을 거론하며 지난달 말까지 잠정합의안을 마련해달라고 노조 측에 수차례 호소했다.

회사 운명이 일주일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는 ‘희생은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최근 열린 제8차 임단협 교섭의 경우 의견 불일치 때문에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종료됐다.

▲한국지엠. (사진=연합)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와중에 노조가 이 같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생산 규모 유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이후 자동차 생산국 순위 5위권을 유지하는 제조업 강국이었다. 지난해에는 생산량(422만대)이 7% 역성장하며 인도(448만대)에 밀려 6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멕시코에 6위 자리를 내주고 7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투자가 따라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은 21년 동안 신규 공장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파업이 계속되고 평균연령이 높아지며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국내 업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213만 원이다. 토요타(7961만 원)나 폭스바겐(8040만 원) 보다 최대 15.7% 높은 수치다.

반면 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공장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평균 투입 시간은 26.8로 집계됐다. 미국(14.7)이나 중국(17.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경쟁국인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일본에는 최근 10년 사이 3개의 완성차 공장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2007년 닛산, 2010년 토요타, 2013년 혼다 등 다양한 브랜드가 투자했다. 파업이 거의 없는 노조 문화와 생산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장인정신 덕분에 물량도 꾸준히 늘었다.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 927만대, 지난해 968만대 등으로 세계3위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라인을 쇠사슬로 묶는 불법 파업을 벌이는가 하면 임금을 받으면서 교묘하게 생산을 방해하는 ‘신종 파업’까지 벌였다"며 "우리 노사 문화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제조업의 큰 축인 자동차 산업은 무너지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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