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20여곳, "이건희 차등과세 못내!" 불복 소송

이아경 기자 aklee@ekn.kr 2018.04.16 18: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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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에 1000억원 납부 거부...금투협 "법률상 맞는지 따질것"
은행 보험사도 이의제기 준비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 20여곳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에 차등과세 납부를 불복하는 행정소송에 나선다. 이들 증권사는 소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차등과세란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의 90%를 세금으로 원천징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부과된 차등과세는 약 1000억원인데, 해당 계좌에서는 돈이 2008년에 대부분 인출됐다. 결국 증권사들은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세금 1000억원가량을 먼저 국세청에 납부해야 하게 됐다. 증권사들은 그런 다음 이 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김영진 세제지원부장은 16일 "금융실명제 이후에 드러난 차명계좌에 대해 차등과세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맞는 것인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원천징수의무자로서의 부담도 크다"면서 "금융사들은 실명 확인을 통해 계좌를 만들고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데, 추후 금감원이나 검찰 수사로 차명계좌임이 드러나면 금융사는 애초에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도 먼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국세청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이 회장이 차명계좌로 10년 동안 번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차등과세를 적용하겠다고 고지했다.


◇ 금융위 차등과세 해석 ‘뒤집기’에 증권사 ‘문제제기’

증권사들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차등과세 적용을 놓고 금융위원회의 해석이 오락가락했음을 지적한다. 금융위가 차등과세에 대해 해석을 번복한 만큼, 소송에서 법리를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앞서 금융위는 이 회장에 대해 차등과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실명법은 비실명 자산소득에 차등과세를 매긴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실명제 도입 후 타인 명의인 실명으로 전환돼 법적으로 금지된 비실명계좌는 아니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08년 특검이 찾아낸 이 회장의 1199개의 차명계좌(486명 명의, 재산 4조5000억원)가 모두 금융실명법 위반 대상이니 차등과세와 과징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자 금융위는 차등과세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을 기본 5년이 아닌 10년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금융위 해석에 따라 이 회장 차명계좌의 이자·배당 소득에 최고세율 38%이 부과됐으나, 추가로 52%를 더해 90%를 과세하도록 바뀐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증권사들에 금융실명법상 차등과세 조항에 따라 산출된 이 회장의 납부세액 약 1000억원을 고지했다. 


◇ 증권사 "원천징수의무 과도해"…일반 고객 대상 추징도 ‘난제’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나 과징금 부과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회장의 차명계좌 사건으로 금융위의 해석이 뒤집히면서 납세 부담이 증권사에게 과도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의 경우 차명계좌에 대한 실소유주 책임이 명확한데도, 증권사가 원천징수 의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 외 드러난 일반 고객들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추심업무를 벌여야 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계좌가 비었거나, 폐쇄됐다면 또 증권사가 먼저 세금을 내야 한다. 개인이 차명계좌를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번질 우려도 있으며, 소송에서 질 경우 납세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사에 전가될 수 있다. 이미 증권사들은 소수의 벌금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내고 마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김영진 부장은 "금융사가 실명계좌를 확인해도 누구 재산을 담는지까지는 알 수가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원천징수의무를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실명을 확인한 이후에 발생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원천징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23일 국세청이 직접 차명계좌의 실소유자에게 소득세를 부과·징수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천징수의무자가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차등과세를 적용하지 못한 때에는 해당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해 소득세의 원천징수 의무를 제외하는 특례를 두자는 것이다.

한편 증권사 외에 은행과 보험사 등도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이 회장 차명계좌의 차등과세 등에 대해 이의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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