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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조작에 ‘경인선’ 동원했나? 김정숙 여사 "경인선에 가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19 17:24

▲1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의 한 출판사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파주출판단지 안에 위치한 이곳은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주도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경선과 대선을 치를 때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펼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가 만든 인터넷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2500여 회원 중 상당수가 경인선 회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인선은 온라인에선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플(착한 댓글) 달기 운동’을 주도했고, 오프라인에서는 문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따라다녔다. 현장에선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회원들을 찾아간 사실도 확인됐다.

김정숙

▲지난 2017년 3월 27일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당내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경수 의원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경인선’을 "문재인의 가장 날카로운 칼"이라고 썼다. 또 "대선 경선 당시 나와 함께했던 1000명의 경인선 동지들"(작년 12월)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경인선 회원들은 작년 3~4월 광주·대전·부산·서울 네 군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장에 모두 나타났다. 김정숙 여사는 광주 경선 현장에서 경인선 회원들 자리로 직접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때 김 여사를 곁에서 수행한 게 김경수 의원이다. 경인선 측이 작년 8월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는 김 여사가 서울 경선 현장에서도 경인선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김 여사는 수행원들이 "내려가야 한다"고 만류하는데도 "경인선에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 경인선에 가자, 경인선에 간다, 경인선에 간다"고 5번 반복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 여사가 유세 현장에서 최소 2차례 이상 경인선을 찾아가 만났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블로그에는 작년 4월 9일 김 여사가 경인선 회원과 찍은 사진도 올라와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경인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 여사가 경인선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경선 현장에서 지지자들의 현수막을 보고 그 이름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인선의 존재는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대부분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인선은 온라인에서는 문 대통령을 위한 ‘선플 운동’에 주력했다고 주장한다. 경인선은 "문 대통령이 2016년 9월 3일 문재인 팬클럽 ‘문팬’ 창립총회에서 ‘SNS 공간에서 대대적인 선플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경인선을 태동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안착했지만 온라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적’들의 댓글 부대 때문"이라며 "선플 운동이 일어나기만 하면 어떤 댓글 부대도 악의적인 프레임도 두손 두발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인선이 "악플을 선플로 정화하자"고 했지만, 실제 온라인 활동은 문 대통령에게 유리한 기사는 조회 수를 높여 돋보이게 하고, 불리한 기사는 ‘추천’과 ‘비추(천)’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경인선은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허위사실로 판명 난 것을 다시 꺼내 네거티브로 사용하는 게 그들의 정체성이고 본모습"이라며 "언제까지 이런 세력에게 휘둘려야 하느냐"고 했다. 또 "공무원 임금 삭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안철수"라고 비판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작년 5월 7일엔 "심상정 후보의 도를 넘은 오만한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경인선 회원 간에 비밀채팅방을 만들어 댓글 조작을 할 기사 주소(URL) 등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선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은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에 의해 유포됐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작년 5월 5일 이 같은 혐의로 김씨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김씨가 올해 초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댓글 조작 매뉴얼’에는 "(관련 기사를) 경인선 채팅방에는 올리지 마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때문에 김씨 등이 경인선을 통해 ‘선플 운동’을 하는 것으로 가장하고, 뒤에선 댓글 조작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날 야권에선 "경인선 활동을 주도한 게 ‘불법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인데 과연 선플만 달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는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 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 2개 댓글에 공감수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공감 클릭수는 각각 4만2391회, 4만693회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김씨 일당에게 매크로프로그램을 전달한 혐의로 추가 입건된 공범 중 한 명인 박모(31)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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