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정종오 기자] 태양광발전소의 문제는 ‘위치와 크기’에 있다는 주장이 일본에서 제기됐다.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위치 선정과 대규모 발전보다는 소규모 자급자족 형태의 발전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본은 지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이 각광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태양광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 지는 22일(현지 시간) "일본 신재생에너지의 퍼즐, 태양광이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가디언 지는 이 보도에서 "일본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26% 감축을 위해 태양광발전소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숲과 야생이 심각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고 게재했다.
그 예로 가디언 지는 일본 치바현의 야마쿠라(Yamakura)댐을 거론했다. 이 댐에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섰다. 수상태양광발전소로 그 크기는 약 18만㎡에 이른다. 5만1000개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수천 개의 지역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이후 지방정부들이 앞 다퉈 대형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야마쿠라 댐에 설치된 대형 태양광 발전소 수십 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세계 5위 탄소 배출 국가라는 오염을 쓰고 있는 일본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26% 감축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형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아지더라도 환경파괴 등의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바현의 가모가와(Kamogawa)시에 있는 대형 태양광발전소 근처의 주민들의 반대가 강하다. 가모가와 주민들은 메가(M)급 태양광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300헥타르(300만㎡)의 원시림이 파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모가와 주민들은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들을 베어내고 태양광발전소로 대체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아이러니가 현재 발생하고 있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를 보면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일본 에너지 믹스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석탄 30%, 가스 약 40%와 비교하면 적은 규모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22~24%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가모가와 시가 메가급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하면서 예비 나무를 심는 등 대책을 내놓았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지역에서 태양광 건설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노리유키 이마니시(Noriyuki Imanishi)는 "이곳에는 사슴과 멧돼지 등이 많이 살고 있는데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 이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악지대가 파괴되면서 홍수와 산사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 반대론자들은 "우리는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위치와 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위치와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