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김민준 기자

minjun21@ekn.kr

김민준 기자기자 기사모음




남-북-러 PNG 가스관 잰걸음..."동북아 중심 도약 기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25 14:32

러시아-북한-남한 가스관 연결…남북 해빙무드로 급진전
김태유 교수 "통일 앞당기고 한반도 동북아 중심으로 성장"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장 모습. (사진=연합)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일체 중단됐던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PNG(Pipeline Natural Gas) 도입’ 사업이 급진전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는 지난해 12월 7일 1차 회의를 열고 가스를 포함해 철도, 조선, 전력, 북극항로 등 총 9개 분야에서 러시아, 중국과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러시아 PNG 도입이다. PNG는 대형가스관을 통해 운송되는 천연가스로 배로 실어오는 LNG(액화천연가스)나 CNG(압축천연가스) 방식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다. MMBtu(천연가스 부피단위)당 수송원가가 0.31달러로 LNG(0.94달러), CNG(0.6달러)와 비교해 2∼3배 이상 저렴하다.

북방위는 1차 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한-러 PNG 공동연구’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와 별도로 산업부는 올해 1분기까지 러시아 자원협력위원회와, 한국가스공사는 가즈프롬과의 협의채널을 본격화 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북방위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2차 회의를 열어 러시아 PNG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남북관계 경색이 러시아 PNG 사업 중단의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따로 PNG 사업이 논의되지 않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실질적 합의나 진전만 확인된다면 PNG 사업은 앞으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특히 러시아 PNG 도입은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북한을 관통해 설치되는 파이프라인 주변에는 도로와 건물이 설치되고 이를 통해 남한 기업들이 대거 북한에 진출하게 된다. 건설과 물류·에너지 중심의 인프라 구축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1333달러에 불과한 북한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은 2013년 통일을 대비한 인프라 투자 규모를 68조원으로 추정했다. PNG 연결은 통일을 대비한 인프라 투자이고 통일비용을 대폭 낮추는 효과도 있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일체 중단됐던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 PNG(Pipeline Natural Gas) 도입’ 사업이 급진전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 평택기지.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 대북사업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 가스관(강관)을 생산하는 세아제강, 현대제철, 동양철관, 휴스틸, 하이스틸 등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이들 업체들은 남북정상회담 특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러시아 PNG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러시아 PNG 도입을 단순히 경제적 측면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면서 "PNG를 도입하면 한반도가 동북아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변방의 약소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거 우리 정부는 러시아 PNG를 단순히 경제성만 생각해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인색했다"며 "현재 미국 트럼프 정부는 셰일가스 생산을 늘리며 천연가스 가격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셰일가스는 셰일층 파괴라는 환경문제가 있어 점차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러시아 PNG는 한번 설치하면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유 서울대 교수.


김 교수는 이어 "러시아 PNG는 절대 중국을 경유해 들여와서는 안된다. 현재 중국도 러시아 PNG를 도입하고 있는데 몽골을 경유하는 단거리 노선을 포기하고 멀리 북동쪽으로 돌아가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했다"며 "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에너지를 제 3국의 통제권에 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파이프라인 설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이면 이후 경제·정치·군사적인 마찰이나 외교 문제가 있을 때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예로 들며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들여오면서 양국은 경제적 혜택뿐만 아니라 안보적인 우호 관계도 형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맹지(盲地·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땅)가 되지 않으려면 일본보다 먼저 러시아의 PNG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베 정부는 해상을 통해 러시아의 PNG 도입을 추진했다가 북방 4개섬 쿠릴열도의 반환을 요구해 러시아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하지만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독자적으로 PNG를 도입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에 PNG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된다"며 "북한을 관통하는 PNG 도입을 통해 한반도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면 한반도는 에너지 물류·안보가 급성장하고,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통일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효과도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이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현재 저질탄을 이용한 발전으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가 천연가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지어주면 파이프라인 설치 비용을 천연가스와 전기로 지불해 북한의 전력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파이프라인이 한반도를 거쳐 동해안을 통해 일본까지 연결되면 동북아의 갈등이 해소되고 평화와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영길 북방위원장은 "러시아 PNG 도입과 관련해 그 동안 중단돼 있었던 가스공사와 가즈프롬간 공동연구가 곧 재개될 예정으로 도입 안정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계 3위의 LNG 소비국인 한국 입장에서 LNG 외에 PNG로도 도입방식이 다변화되면 보다 유연한 천연가스 수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