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글로벌 에너지] 中 원유선물시장 문연지 한 달…벤치마크 지수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03 07:50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센터 상장 한달… 오만 원유 계약 넘어서
아시아 지역 중질 사워 원유수요 높아… WTI 브렌트유보다 유리
위안화 계약시 중국엔 이점… 원유 트레이더는 환 리스크 위험에
세계 원유소비 중심축 亞太로… 글로벌 벤치마크는 시간 걸릴 듯

▲지난 한달간 중국 원유선물계약 거래량 추이. (자료=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 3월 26일 기대감과 우려 속에 문을 연 중국 원유 선물 시장 논의가 잠잠하다. 개시 한 달 만에 3조원 이상 거래를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1993년에도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1년 만에 거래를 중단한 사례가 있는 만큼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가운데, 미국 유럽과 중국 간 정치경제적 대결구도와는 별개로 원유시장 자체적인 차원에서 분석했을 때, 위안화 원유 선물이 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는 중질유 상황을 반영하는 데 유리해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中 원유 선물 일 평균 거래량 3조원 성공적? "더 지켜봐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거래 5주째를 맞은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은 높은 거래량을 지속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 최초의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이 상하이선물거래소 자회사인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센터에 상장했고 이후 4일까지 8거래일간 많은 투자자가 몰려 하루 평균 거래액이 무려 207억 위안(약 3조5053억원)에 달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2대 원유 소비국, 7대 원유 생산국으로 국제유가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영향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야심차게 원유 선물을 선보였다.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대상은 두바이유, 오만 원유, 카타르 해양유, 예멘 마시라 원유, 이라크 바스라 원유, 중국 성리(勝利)산 원유 등 7종이다.

중국이 원유선물 시장을 개설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원유 소비가 급증하자, 현지 수급 조건을 반영해 거래를 체결해야 할 시급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막대한 양의 원유를 달러화로 결제하게 되면 중국 정유업체들과 소비자들은 환 리스크(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위안화로 결제하게 되면 관련업계가 떠안는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이러한 우려 외에 위안화 계약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 화폐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을 낳는 부분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림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이미 오만 계약을 넘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새로운 위안화 계약 시스템이 세계 원유시장의 주요 벤치마크로 자리잡기까지는 여전히 몇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거래가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지배적인 지위로 올라선다거나 의미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개설 시장은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중간에 파기되는 경우가 발생해 실패했다.


◇ 위안화 원유선물 성공적 정착하려면?

clip20180501174916

▲2018년 3월 26일∼4월 24일 원유 선물 계약 거래량. WTI, 브렌트유, 오만, 상하이. (표=EIA)

두바이 상품 거래소의 오만 원유 선물 계약의 사례를 보면 오만 선물은 중질 사워 원유(sour crude) 를 주로 소비하는 아시아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량이나 영향력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브렌트유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07년 거래를 시작한 지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일일거래량과 미결제 계약건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거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원유선물시장의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요소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원유선물계약은 헤징(위험회피)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충분히 많은 수의 트레이더들을 시장으로 유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래, 투기, 자본 통제에 대한 제한이 너무 큰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수입국이기 때문에 헤징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정유업체와 트레이더들 역시 상당한 규모를 갖고 있어 유동성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중질 사워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은, 브렌트유와 WTI가 일반적으로 경질 스위트(sweet) 원유 거래를 반영한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갖는 추가적인 강점이다. 사워 원유는 황 화합물 등을 많이 함유해 악취가 나는 원유로,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높다. 반면, 스위트 원유는 메르캅탄 등의 함유량이 적고 악취가 없는 석유 원유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선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거래되는 원유의 차이를 부각시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여전히 남는 문제들…中정부 개입 + 외인 트레이더들 환 리스크 노출

불확실성을 가장 높이는 요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상하이 벤치마크를 성공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높은 열망이 강한 만큼,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은 크게 방해받지 받고 거래를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위안화로 원유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중국 소비자들의 환 리스크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문제는 남는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미국 달러화로 원유를 사고 파는 상황에서, 위안화 계약은 원유 트레이더들에게 새로운 환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하이 계약이 성장하는 데 커다란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해 달러/위안화 환율은 8% 가량 급등했다.

글로벌 원유 거래는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원유 수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EIA에 따르면, 세계 원유 수요에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집계됐으며, 2008년 30% 에 비해 대폭 늘었다. 향후 중국과 인도의 수요성장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원유소비에서 아태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아시아의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벤치마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미국의 원유수요가 향후 수십 년 안에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는 주요기관들의 전망은 아시아가 향후 원유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시작 전에 쏟아진 많은 우려와는 달리 상하이 원유계약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미 9월물 상하이 선물 계약 거래량이 오만 계약을 넘어섰다.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닷컴의 원유 전문 연구원은 "상하이 선물 시장이 WTI와 브렌트유를 너머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벤치마크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는 중질 사워 원유의 상황을 반영하는데 차별성을 갖는 만큼, 최소한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