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북관계가 항구적 한반도 평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송진우 기자 sjw@ekn.kr 2018.05.13 18: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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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균 교수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란 발언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과시했다. 선대의 유훈은 김일성이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동의한 데서 유래한다. 북한이 유훈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나선 김정일 정권 때였다.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상습적으로 선대의 유훈을 언급했다. 북한은 2009년 하반기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도 선대의 유훈을 언급했다. 그리고 올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선언한다. 유훈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지만 한반도의 의미는 각각 다르다. 김일성의 유훈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우산을 금지한 남한의 비핵화이고 김정일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은 핵개발을 금지하고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철수하라는 남북한의 비핵화라면,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개발을 금지하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끝없이 반복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한반도 평화로 정착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비핵화 정책의 일관성 결여 측면에서 남측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철마다 북풍을 이용하는 정치권의 권모술수와 10년 마다 보수와 진보의 정권교체도 여기에 한 몫을 했다. 더욱이 최근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에서 보는 바와 같이 180도 다른 미국의 진보와 보수 정권의 정책기조도 한 몫을 했다. 북측의 입장을 역지사지에서 보지 않고 남측 사고로 판단한 측면도 있다. 남측 같으면 적어도 1년은 걸릴 표준시 변경이 말 한마디로 단 3일 만에 시행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절대 권력을 실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선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보면서 절대 권력자의 애로를 감지한다. 절대 권력자일수록 그 권력을 지탱하는 군부와 기저의 인민을 설득할 실리도 필요하지만 더욱 절실한 것이 대외명분, 즉 설득논리이다.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선언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 간 탄도 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 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함으로서 비핵화가 김정은 정권의 위대한 승리라는 것을 과시할 대외명분 즉, 실세 군부와 대다수의 인민의 설득논리가 항구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 발전시킨다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의 대외명분에 따라 진행된 개성공단 사업이다. 2003년 6월 1단계 100만평 개발 착공식을 시작으로 2004년 12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1단계 사업은 남한은 1조 원의 매출과 북한은 1000억 원의 임금을 버는 상생의 실리로 발전됐다. 2000만 평의 2단계, 3단계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북한은 2조 원의 임금과 남한은 20조 원의 매출이 달성되는 비전이 있었다. 그러나 보수정권에 의해서 2, 3단계 사업이 무산되고, 기존의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바세나르체제에 따라 재래식 무기는 물론 컴퓨터와 같은 이중용도 물품 및 기술도 수출이 통제됨에 따라 개성공단에는 노트북 하나도 반입이 불허되었다. 따라서 개성공단 입주업체 124개 중 첨단 기술 업종은 전무하고 섬유봉제업종이 73개에 달한다. 여기서 북한 군부의 몽니가 시작된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대외 명분에 밀려 개성 일대에 배치됐던 북한 제6사단과 제64사단, 제62포병여단은 개성 이북으로 15㎞ 이상 후퇴했다. 섬유봉제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로 무장한 62포병여단을 15km 후퇴시켜서 수도권 북부가 북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우를 범했다는 북한 군부의 반발은 개성공단 사태의 원초적 원인을 제공한다. 2013년 4월에는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공단 내 근로자를 철수한 뒤 9월 가동 중단 166일 만에 재가동되는 사태가 북한 군부 반발의 단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다. 반면 북한은 CVID를 수용하는 대가로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을 바란다. 나아가 종전을 선언하고 한국·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미국으로부터 정상국가로 수교하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해제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회담은 성공을 담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포함한 남북 정상들도 노벨평화상의 수상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CVIG를 위해 CVID를 수용하는 것이 도리어 군부의 반발로 체제를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의 도박일 수 있다. 그럴 경우 김정은 정권이 현재의 1만 명으로 추정되는 핵 개발 인력을 동원해 다시 핵개발을 할 수도 있고, 체제가 흔들리거나 붕괴될 수도 있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인 합의로 끝나지 않고 항구적 한반도 평화로 정착되기 위해서 CVIG를 위해 CVID를 수용하는 김정은 정권의 도박이 성공하도록 남측의 협조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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