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의 눈] 흐지부지 금융권 채용비리, 결말은 줄세우기

송두리 기자 dsk@ekn.kr 2018.05.14 14:44:53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금융증권부 송두리 기자

송두리


매년 봄과 가을, 대학교 졸업(예정)자 들은 다시 입시생으로 돌아간다. 이른바 취업고시를 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자격을 갖춘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명분으로 적성검사 등 시험을 치르고 취업준비생들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공부모임을 꾸리고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에 매진한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온 줄세우기 문화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면접 등을 늘려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신입사원을 뽑으려는 추세로 점차 바꾸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이와 역행해 취업고시를 부활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마련하고 있는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에 필기시험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한 방안이라지만, 금융권의 채용시장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높은 연봉을 주는 선망의 직장인 은행에 취직하기 위해, 취준생들은 머리를 싸매고 학원을 다니며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심해질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정작 금융권에서 벌어진 채용비리의 대가를 관련자들이 제대로 치렀는지는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고위 핵심층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심한 경우 금융회사의 회장, 은행의 행장 등이 연루된 정황이 파악됐지만 이들에 대한 진척된 징계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인사부장 등에 대한 구속이 이뤄지고 있으나 채용비리가 고위 임원들로부터의 청탁과 요구 등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징계받아야 할 대상들은 채용비리 검사의 그물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금감원 검사도 공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몇 개의 시중은행에 대해 특정년도의 검사만 진행한 데다, 정작 더 좋은 직장으로 여겨지고 청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채용비리에 직접 관련이 있는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고 있으나, 아직 더 많은 연루자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특혜자들에 대한 거취도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지난주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검사가 마무리되면서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채용문이 다시 열린다고 한다. 채용비리 검사가 일단락 됐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채용비리 검사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채용비리 논란이 이대로 끝났다고 여기면 안 된다. 채용비리 관련자에 대한 더욱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징계가 내려져, 그에 대한 처벌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채용비리 결과 필기시험이 부활하고, 취업생들이 받는 대가가 커진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 필기시험 부활을 먼저 꺼내든 것은 줄세우기가 가장 공정한 방편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개개인의 지원자를 공정하게 평가해 깨끗한 면접을 치르는 채용과정이 금융권에 정착되기는 아직 먼 일처럼 느껴진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