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나서라는데…삼성, '지주사 전환' 카드 다시 꺼낼까

류세나 기자 cream53@ekn.kr 2018.05.14 15: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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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정부가 연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셈법도 복잡하다. 단순하게 보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면 되지만, 이 경우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해온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까지 유력하게 거론됐던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 방안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삼성SDI가 삼성물산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작업에 나선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그룹 내 7개 순환 출자고리 중 4개가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와 재계에선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해답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삼성이 지난해 지주사 전환은 없다고 못박았던 만큼 이를 번복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 지배구조 개선 압박 수위 높이는 정부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이튿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나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공개 압박했다. 금산분리를 위해 삼성생명이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줄여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10대 그룹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을 콕 집어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건 삼성도 잘 알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나서 스스로 풀어야 한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삼성과 한국경제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러면서 "삼성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모든 법률적 위험요소와 시행방안에 대해서는 경제개혁연대 시절 썼던 보고서에 이미 다 적시해뒀다"며 삼성에 바라는 변화의 방향성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보고서에는 삼성생명은 금융 계열사의 지주사로, 삼성전자는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로 올라서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그리고 2개 지주회사를 연결할 수 있는 또 다른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그림이다.


◇ 총수 일가 경영권도 위태…지주사 재검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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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0일 열린 10대그룹 경영진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정부 관계자들이 연일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있는 배경은 금산분리 원칙에 기인한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대주주나 자회사의 채권·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에서만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법상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보험업의 경우 ‘3% 룰’에 문제가 없지만, 다른 업계처럼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특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업법 개정 전에 삼성생명이 알아서 총 자산의 3%가 넘는 부분을 팔라는 것이다. 이 금액만 해도 시가로 20조 원이 훨씬 넘는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최악의 상황엔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총수일가가 당장 20조 원이 넘는 거액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또 당장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면 수십 조 규모의 지분을 누가 살 것인지도 문제다.

최근까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방안은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팔고, 그 자금으로 물산이 나서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로 실현이 어려워졌다. 삼성은 이번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사태가 자칫 이 부회장 재판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어 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갈길 바쁜 삼성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공식적으로 포기했었는데, 김상조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지주사 전환 카드를 다시 한 번 검토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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