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낮아진 美 ‘약가 인하 정책’…국내 기업 득일까? 실일까?

이종무 기자 jmlee@ekn.kr 2018.05.15 1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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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무역대표부에 모든 무역 상대국 대상 우선순위 조정 지시
특정 국가 언급 없지만 ‘강경책’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어
"바이오시밀러·제네릭 시장 족쇄 풀어준 대신 상대 국가서 자국 기업 약가 제값 받길 강요할 수도"



Donald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플리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첫발을 뗀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 수위는 업계의 당초 예상을 빗나갔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렴치한’, ‘미국 소비자를 희생양으로 돈벌이하는’ 기업들로 제약사들을 맹비난해온 것과 달리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이번에 공개된 약가 인하 정책에는 미국의 노인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가 제약사와의 약가 협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제약업계가 우려해온 사안 등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정책이 바이오시밀러·제네릭 육성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판매하고 있는 미국 진출 국내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모든 무역 상대국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무역 파트너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더 이상 다른 나라들에 이용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특정 국가가 언급되지는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 압박을 해왔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또 다시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제재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제약사가 진출한 국가에서 약가 인상에 대한 강경책을 들고 나올 경우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미국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는 지난 2월 USTR에 ‘스페셜 301조’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국의 약가 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위반했기 때문에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페셜 301조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의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 제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미국 기업의 지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국가를 △우선협상대상국 △우선감시대상국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우선협상대상국은 가장 강력한 지재권 침해 국가로 판단한다는 의미로 극단적으로 보복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다국적 제약사를 대표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약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가격의 44%에 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들이 동일한 의약품에 대해 미국 시민들에 비해 훨씬 낮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미국의 혁신 신약에 대해 세계적으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이처럼 미국 제약업계가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국가별 약가 협상 불씨를 당긴 적이 있는 만큼 불씨는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판단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정책을 통해 미국 진출 기업에 대한 바이오시밀러·제네릭 시장의 문턱을 낮춰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대신 반대로 미국 기업이 진출한 국가에서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해당 국가에서 본인들의 약값을 인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조치나 수단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철강 관세 보복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제값을 받기 위해 약가 협상 카드를 들고 나오거나 상대 국가 기업의 약가에 대한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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