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통신사 대리점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IP(인터넷)TV가 매출에 이어 가입자 수에서도 케이블TV를 밀어내고 유료방송시장의 정상에 올랐다. 매출은 2016년에, 가입자 수는 작년 11월에 넘어섰는데 IPTV의 상용화 시점(2009년)을 고려하면 10년도 안된 짧은 시기다. 특히 이 같은 결과에도 성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IPTV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6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IPTV업계 총 매출액(2조 4227억 원)이 케이블TV(2조 1692억 원)를 넘어선 2016년 당시 가입자 수는 케이블TV(1386만 단자)가 IPTV(1259만 단자) 보다 127만 단자 많았다.
2016년 하반기엔 △KT 577만 7175명 △CJ헬로비전 390만 8595명 △SK브로드밴드 388만739명 △티브로드 325만6897명 △LG유플러스 293만 5847명 △딜라이브 199만 573명 △CMB 151만 7222명 △현대HCN 134만 780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작년 11월엔 IPTV(1422만 단자)가 케이블TV(1410만 단자)를 역전하며 유료방송시장의 맹주로 자리 잡게 됐다. 사업자별로 보면 △KT 633만 9759명 △SK브로드밴드 428만 3228명 △CJ헬로 410만 8644명 △LG유플러스 341만 5855명 △KT스카이라이프 323만 9322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작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준)은 케이블TV가 45.51%(7월)에서 44.41%(12월)로 소폭 감소된 반면, IPTV는 같은 기간 동안 44.19%에서 45.32%로 증가됐다. 케이블TV 가입자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IPTV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는 의미로, 통신3사의 마케팅이 시장에서 먹혀 들고 있다는 증거다.
▲어린이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가지니 스피커를 활용한 키즈·교육 AI 서비스인 ‘소리동화’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 |
◇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
IPTV가 유료방송시장에 진입할 당시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방송통신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유료방송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통신3사가 결합상품을 통해 IPTV 판매에 나서면서 가입자나 매출이 증가하고는 있었지만 만년적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IPTV 누적 적자는 약 4조 원에 이르렀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만년적자’ 탈출에 안간힘을 보였다. 당시 통신3사는 "IPTV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수익 보다는 세부지표에 집중했다.
그러나 통신3사가 적자를 무릎쓰고 IPTV 콘텐츠 및 서비스 개선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초고화질(UHD) 셋톱박스 가입자뿐만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인공지능(AI), 홈 사물인터넷(IoT) 등을 연계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한 KT는 IPTV 셋톱박스에 AI를 연동한 ‘기가지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IPTV와 연동한 AI 서비스를 내놓으며 새로운 서비스와 접목하기도 했다.
통신3사의 과감한 투자가 계속되는 동안 IPTV 가입자뿐만 아니라 매출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당시 IPTV 매출이 1조 4872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엔 2조 4277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케이블TV 매출액은 2조 3462억 원에서, 2조 1692억 원으로 감소됐다.
▲(이미지=티브로드) |
◇ 케이블TV 업계, 가입자 유치에 안간힘
케이블TV 업계는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자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티브로드는 5월 말까지 VOD(주문형비디오) 캐시백 이벤트 등 대대적인 이벤트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5월 가정의 달 5000원 선물 이벤트가 오는 1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티브로드 모바일TV 앱을 다운받아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디지털케이블TV 셋톱박스를 통해 티브로드 가입자인증을 하면 5000원 VOD캐시가 지급된다.
오는 17일에서 23일까지 석가탄신일이 포함된 연휴에는 ‘가정의 달 삼삼한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된다. 이 기간 중 영화 등 VOD를 1만 원 이상 구매 후 채널 777번 이벤트 페이지에서 응모(기간 중 1회 응모 가능)하면 3000원 VOD캐시를 돌려준다. 어린이영어 홈스쿨 프리미엄채널 키즈톡톡 플러스를 5월 중에 가입하면 첫달 요금을 50% 할인된 3500원(부가세 별도)에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티브로드의 모든 키즈, 애니메이션 월정액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경품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또한 TV게임 종합포털 채널 501번 ‘지니게임’을 통해 오는 24일 새로운 게임 ‘영웅전설’을 론칭하고, 오픈 기념 이벤트를 실시한다.
딜라이브는 ‘명작무비’ ‘명작애니’ 두 개의 신규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하고, 17일부터 명작영화 55편과 애니메이션 39편을 무료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명작무비 앱은 오드리 햅번 대(vs) 마릴린 먼로, 고전역사물의 히어로, 아카데미 수상 명작 총 11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마릴린 먼로 주연의 7년만의 외출, 오드리 햅번의 로마의 휴일 등 55편을 딜라이브 플러스 OTT박스를 통해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다.
딜라이브는 연내 영화 600여 편, 애니메이션 1200여 편 등 총 1800여 편의 콘텐츠를 명작무비 앱과 명작애니 앱을 통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딜라이브는 "아프리카TV를 디지털방송과 OTT박스에 동시 론칭하는 등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OTT박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비어있는 의석을 바라보며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
◇ IPTV, 유료방송시장 대권 강화는 진행 중
그러나 ‘쩐의 전쟁’에서 밀리는 케이블TV업계가 IPTV를 재역전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TV가 IPTV와의 콘텐츠 경쟁에서 밀리고 디지털전환율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통신사가 IPTV 상용화 당시부터 IPTV가 포함된 결합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자금력에서 뒤처지는 케이블TV 입장에선 버틸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오는 6월 27일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자동일몰 될 경우엔 케이블TV업계로선 최악의 상황이 된다. 통신업계가 IPTV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IPTV가 포함된 결합상품 판매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합산규제 자동일몰 시 KT의 점유율은 20.31%로 계산되는 만큼 대형사 케이블TV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 현재 KT계열의 합산 시장점유율(30.54%)이 규제 상한선(33.33%)에 도달하지 않지만, 합산규제가 자동일몰 될 경우 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10.23%)은 합산 규제에서 제외된다.
케이블TV업계 일각에선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통신사의 마케팅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히 없다고 보고 있다. ‘쩐의 전쟁’에서 완전히 밀리다 보니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 통합방송법 내 별도 조항을 통해 합산규제와 유사한 규제 방안을 마련키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케이블TV 업계에선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가 "법안 통과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밝혔지만 규제 공백 기간 동안 케이블TV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규제 공백 기간 동안 통신3사가 가입자를 확보할 경우 케이블TV업계에선 손을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