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8’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비전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반도체 수탁 생산)을 대폭 강화하는 사업 전략을 수립·공개하고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정복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클라라 메리어트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8’을 열고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과 만나 본격 수주 활동에 나섰다. 이번 포럼에는 미국 퀄컴 등 주요 팹리스 업체들과 협력사, 애널리스트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업체에서 설계 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해 넘겨주는 사업을 말한다.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시스템 반도체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칩 설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업체들이 생산한다. 특히 파운드리 공정은 단위가 미세해질 수록 칩의 크기가 줄어들어 같은 규모의 시설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성능과 전력 효율도 상승해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꺼낸 카드는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한 7나노 공정이다. 7나노 공정은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의 폭을 7㎚까지 줄인 공정으로, EUV 기술은 원가를 더욱 절감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블룸버그 등 외신도 삼성전자의 이 같은 핵심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는 포럼에서 EUV를 사용해 매일 1000개 이상의 실리콘 디스크를 제조한다고 말했다"면서 "홍 하오 삼성전자 미국법인(SSI)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은 EUV를 사용하는 삼성전자의 능력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EUV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인 ASML 등의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포럼에서 EUV 기술을 활용한 7·5·4 나노 공정부터 3 나노 공정까지 첨단 공정 로드맵을 비롯해 주력 양산 공정인 14·10나노 공정과 응용처별 솔루션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직접 나서 첨단 공정 개발과 설계 인프라 등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나가겠다는 향후 파운드리 사업의 비전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非)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종합 선두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지난해 5월 시스템LSI 사업부 내 파운드리팀을 분리시켜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부문 내 연구개발(R&D) 조직에 ‘파운드리 연구소’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에 이어 업계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매출액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0.4%로 1위를 지키고 있고 이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9.9%, 대만 UMC 8.1% 순이다. 삼성전자는 UMC에 이어 6.7%의 점유율로 업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EUV 공정 등 관련 파운드리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시된 목표를 잘 지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8은 미국을 시작으로 내달 중국 상하이, 7월 한국 서울, 9월 일본 도쿄, 10월 독일 뮌헨 등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