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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공언 34일 만에 전격 '폭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24 19:55

김정은, 4월 당 전원회의, 남북정상회담서 폐기 천명
美·英·中·러 취재진 방북…무산 위기 南취재단 방북 극적 성사

▲풍계리 핵 실험장. (사진=연합)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공언 34일 만에 전격적으로 폭파를 시행했다.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전략노선 전환에 따른 자발적 선언으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했다. 

남북정상회담 목전에 북한이 내놓은 비핵화 첫 조치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당시엔 핵실험장 폐기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폐기 방식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을 통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틀 뒤 청와대를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고도 했다. 

10여 일 후 북한은 외무성 공보를 통해 폐기 행사의 진행계획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이달 23일에서 25일 사이에 기상 상황을 고려해 모든 갱도를 폭발시켜 무너뜨리고 입구들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남측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기자들을 불러 현지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전용기와 특별전용열차를 마련하겠다면서 각국 취재진을 통한 핵실험장 폐기 과정 보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언급과 달리 전문가 참관 문제는 외무성 공보에 들어가지 않았다. 추후 관련 발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북한은 결국 별다른 설명 없이 전문가 참관은 없던 일로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


15일 북한이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기자를 초청했을 때까지만 해도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이 16일 새벽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하면서 남북 간 파열음이 시작됐다. 

북한은 남측이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건네려던 남측 공동취재단 명단을 받지 않았다. 공동취재단은 원산행 전용기가 출발하는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갔지만 22일 오전까지 계속된 북한의 명단 접수 거부로 방북길에 오른 각국 외신 기자들의 뒷모습만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남북 간 물밑 조율로 공동취재단의 방북이 성사되면서 하루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북한은 남측 공동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명시적으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23일 정부 수송기를 타고 원산에 착륙한 남측 공동취재단은 풍계리로 가는 각국 기자들의 특별전용열차에 합류했다. 이어 하루 뒤인 24일 저녁 갱도 폭파를 비롯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 소식이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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