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물론 최근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켜 실질적 인상 효과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합의한 점을 고려해 보면 나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래도 ‘저소득층 일자리 뺏기’에 대한 명분치고는 너무 궁색한 노동계의 주장임은 분명하다. 결국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해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큰 변화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됨에 따라 영세한 서비스업이나 건설업,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상황판만 점검해서는 안 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분배를 개선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성장을 우선시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적 변화라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원인 진단과 처방만 주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다. 현 상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니 일자리가 감소했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니 가계소득이 감소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인상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다소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문제는 사업장마다 형편이 각기 다를 수 있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사업장과 자동화율이 높은 사업장간의 간극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장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정하는 현재 정책을 재설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 1항에서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행령에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하위 소득분위에 속하는 근로자들이 주로 속해 있는 사업의 범위를 정하고, 이 사업장의 경우에는 노사 간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를 시행령에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에는 26개의 특례업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통제를 가하지 않았었다. 이번 법개정으로 그 특례 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급감하였으며, 근로시간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 역시 노사 간 추가근로에 대한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68시간까지 추가 근로가 허용되는 특례업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반드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면적인 수정을 기대하는 것 역시 무리일 수 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성장도 함께 고려하는 연착륙 방안이 조속히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