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트럼프發 무역전쟁에 원유시장 직격탄?…수요 감소+송유관 비용 증가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6.05 13: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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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상대 교역국들을 자극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으나, 트럼프의 바람과는 달리 지지기반인 미국 원유산업에 직격탄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각국의 보복관세 조치가 잇따르면, 세계 교역량 급감으로 원유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유가에 강한 하방압력을 가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꺼내 들고 더 넓은 분야와 지역으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 재연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폭탄’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전 세계가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미중 통상협상을 주도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사 프로그램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관련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미중 무역전쟁을 당분간 정지하고 대중(對中) 제재관세 부과를 보류할 것"이라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으나, 트럼프의 행보는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 다시 짙어지는 무역전쟁의 전운

29일 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후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전통 우방국에도 관세폭탄을 퍼부었다. 미국 동부 시간 6월 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 부과 조치가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 전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해왔으나, 미국의 동맹국들엔 예외조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해왔다. 이에 미국 관리들은 동맹국들과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미국 관료와 우방국들 모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EU, 캐나다 등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도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다발적으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교역 대상국 모두를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많은 이들은 WTO(세계무역기구)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아래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 미 NBC방송의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동맹에 대한 모욕"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로 수입되는 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정확히 같은 종류의 관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또한 미국산 소비재와 완제품에 대해 다양한 관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 美 철강·에너지업계서도 반대 목소리 "미국 내 생산, 고용에도 악영향"

STEEL-ALUMINIUM <YONHAP NO-5411> (AFP)

▲독일 잘츠기터에 위치한 철강 공장 생산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철강 코일을 운반하기 위해 포장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미국의 보호주의 전략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인 지 보여주는 증거는 한 가지 더 있다. 미국 내 철강 노조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미국 철강 노조는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혼란으로 인해, 미국 철강산업이 국내 생산과 고용을 증진시키고, 균형 잡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의 지지기반인 석유가스산업 내에서도 관세폭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잭 제라드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 API) 회장은 공식서명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조치는 미국 석유·천연가스 산업의 복잡한 공급망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관세 부과는 분명히 철강이나 알루미늄에 의존해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대부분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는 "석유·가스 산업에 필요한 파이프 라인, 시추 장비, 가스 터미널 등에 사용되는 철강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는 국가 안보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텍사스 독립 생산자&로열티 협회의 에드 롱가넥커 대표는 S&P 글로벌 플래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에만 미국 석유가스 회사들이 송유관에만 80억∼90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밖에서 모든 재료를 조달해야 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2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년 반의 저유가 시기를 통과해 이제 막 회복세에 진입한 미국 원유산업에 직격탄을 가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일자리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BP, 쉐브론, 쉘, 엑손모빌 등 글로벌 석유메이저의 송유관 계열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국송유관협회(AOPL)에 따르면 트랜스캐나다, 키스톤XL 등 주요 송유관 확장 프로젝트에 최소 3억달러(약 3250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파이프 라인 비용이 25% 증가하면 프로젝트 비용도 7600만달러(한화 약 822억원) 증가할 수 있다. 앤디 블랙 APOL 회장은 "우리는 미 정부에 수입 철강 관세 부과가 송유관 건설에 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법률회사 브레이스웰의 조쉬 자이브 무역 전문 변호사는 S&P 글로벌 플래츠와의 인터뷰에서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이미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부과한 상황에서, 단가가 향후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이브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가 개별 기업이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고율의 세금제도가 확정되면 기업들로부터 수천개의 요청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 OPEC 증산+신흥국 경기 둔화+무역전쟁 맞물리면 유가 폭락할 수…

비단 미국 원유산업 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처음 제안했던 지난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고 있다는 최근의 신호들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며 원유수요 전망에 리스크를 더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IEA는 "세계 교역량의 둔화는 원유수요에 직격탄을 가할 것"이라며 "특히, 해상 부문과 화물운송 산업에 사용되는 연료 수요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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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의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추이. OPEC 감산에 힘입어 1년 가까이 랠리를 펼치던 국제유가가 증산과 신흥국 경기 둔화, 무역전쟁이 맞물릴 경우 최소 28%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표=네이버 금융)



특히, 국제유가에 미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트럼프가 선포한 무역전쟁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이 원유생산량을 늘리는 시점과 동시에 일어났을 때다. 월가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최근 발표한 비관적인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OPEC의 증산과 신흥시장 경기 둔화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현재 배럴당 7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브렌트유가 6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BoAML의 전망에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이 변수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개발도상국 경제성장률에 하방압력을 가하며 유가가 추가하락할 수 있다.

여기에 신흥국 ‘6월 위기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통화가치 급락으로 자본유출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장에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브라질 경제까지 파업으로 휘청거리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신흥국의 자금 유출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늘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트럼프는 공화당을 포함해 모든 세력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으나, 일단 현재로서는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되돌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6월 22일 OPEC 회의에서 증산을 논의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면, 향후 유가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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