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인도에서 자유와의 재회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06.06 1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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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규

▲박현규 QM&E경영컨설팅 수석


우리나라 국민들 중 해외여행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에 대한 선호가 더 큰 건 그만큼 짜여 있는 일정보다는 개인의 자유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오래 묵혀둔 이야기이지만 여행과 자유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당시 대학교 휴학 중이었던 나는 아주 단순한 계기로 인도여행을 선택하게 됐다. TV에서 유명만화가의 아들이 인도 배경의 ‘자유00’이라는 초콜릿바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화면을 보게 되면서 마치 자석에 끌리듯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지게 됐다. 답답함이 많은 시절이었고, 작은 일에도 도파민(Dopamine)이 흘러 넘쳤기 때문인 것 같다.

인도에서는 아무도 날 아는 이가 없으며, 내가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울 것이라는 확신에 비행기탑승권을 예약했고, 배낭 하나 매고 떠났다. 4월 어느 날, 인도 뭄바이 다하르 공항에 새벽 2시쯤 도착해서 100달러를 루피로 환전했는데, 100달러 지폐 한 장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줬다.

지갑에 다 넣지 못한 지폐는 주머니에 꼬깃꼬깃 밀어 넣고, 동전의 무게는 내 배낭을 더욱 무겁게 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처음 보는 인도인이 다가와서 잘 곳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피곤한 참에 그 사람을 따라 주변 호텔로 들어가서 500루피를 지불했는데, 그다지 비싸지 않았고 난 이미 100달러 부자가 돼 있었기에 선뜻 돈을 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호텔의 숙박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500루피가 아닌 200루피였다. 인도에서의 무수한 사기 중 첫 번째 시작이 그때부터였다. 호텔 근처 역에서 뭄바이 시내까지 가는 기차를 타러 또 다른 누군가에게 2루피짜리 기차표를 100루피에 사고 염소와 함께 뭄바이 역까지 간 건 두 번째 연이은 사기였다.

뭄바이 여행 후 델리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원래 출발시간보다 3시간 늦게 출발했고, 델리까지 에어컨도 없는 침대칸에서 43시간을 달려갔다. 식당 칸도 없는 기차를 먹을 것도 준비하지 않고 용감하게 탔는데, 결국 기차 탄 내내 물만 마셨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찾기 힘들었다.

델리에서도 역시 많은 인도인들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고, 작은 규모의 사기들에 시달렸다. 시골로 갈수록 영어도 통하지 않아 먹는 게 힘들었으며 숙박하기도 쉽지 않았다. 내가 간 4,5월은 인도의 결혼시즌으로 값싼 호텔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어떤 날은 호텔을 잡지 못하고 고양이만큼 큰 들쥐들과 화장실 앞 담벼락 아래에서 함께 노숙도 했다.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자유도 역시 박탈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두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왜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는지, 그리고 몇 번째 방문인지 묻는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됐다. 인생의 삶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는 있으나, 반드시 겪어야 한다는 교훈도 덤으로 얻었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부터의 하루하루는 지금도 너무나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귀국을 위해 뭄바이 공항에 출발 예정 시간보다 5시간 일찍 도착했을 때 나도 모르게 "이제는 자유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자유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렇다고 ‘경험하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유란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모순 같지만 규칙도 필요하다. 정보가 많아야 내가 원하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정해진 규칙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 되면서 사람들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노력은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분명 보약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현실이 힘겹게만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작지만 가질 수 있는 행복들을 찾아간다면 행복지수는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런 추상적인 자유와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다. 행복이든 자유든 찾으려고 노력해야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행복했으면 한다. 주변 환경을 바꿀 힘과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아니 어쩌면 돈과 권력이 있으나 행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삶의 기본 철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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