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재생에너지에 '수조원' 쏟아붓는 석유업계 빅5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6.07 14: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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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 저탄소 기술에 年 1조원 투자 북미 재생에너지그룹과 협력
로열더치쉘, 실리콘 랜치 지분 44% 인수 태양광발전 에너지효율 초점
BP, 듀폰과 합작사 부탄올 개발 유럽 태양광발전 지분도 매입
쉐브론, 풍력 지열발전 설비 등 다양 재생가능 디젤 개발도 박차


▲서울 강서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에너지의 미래를 이야기책이라고 가정한다면, 영웅과 악당 역할을 차지하는 게 어느 쪽인 지는 분명해보인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영웅이 될 것이고, 석유가스 생산업체들이 악당으로 남을 것이다. 왜일까. 이유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송, 전력 생산, 산업 섹터가 미국 총 탄소배출량의 78%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대형 기름유출 사고는 화석연료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6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 발효 이후 다수의 공공기관과 민간기관들이 석유가스산 지분을 포트폴리오에서 퇴출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명한 전략이 아닐 수 있다.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뿐더러, 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이제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불편한 현실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다. 재생에너지 미래로 가능한 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들의 막대한 자본창출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깨끗한 미래를 위해 더러운 악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일견 모순이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했는지 들여다 보자.

현재 대형 석유기업들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엑손모빌(Exxon Mobil Corporation),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plc), 셰브론(Chevron Corporation), BP(BP plc), 토탈(Total SA) 등 5개 석유기업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총 446억 달러의 현금흐름을 창출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라. 여기에는 태양광 패널,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등을 포함한다.

▲(자료=에너지경제신문DB)


글로벌 석유업계 빅5가 재생에너지 기술에 수십억(한화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지 살펴봤다.

최근의 행보를 볼 때, 대형 석유기업들은 악당은커녕 재생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들은 막대한 수준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고, 전세계에 걸쳐 풍부한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석유가스산업의 전환은 아직 시작점에 서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들은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해 신재생 기업 인수부터 기술 개발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해조류에서 재생가능 원유 만든다" 엑손모빌, 합성생물학에 관심

Earns Exxon Mobil

▲미국 펜실베니아 주 도몬트에 위치한 작은 마트에 붙어있는 엑손모빌 로고. (사진=AP/연합)



상장 기준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부터 보자. 엑손모빌은 저탄소 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간 10억 달러(한화 1조 710억 원)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이 향후 10년 안에 상용화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오늘날 사용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들 대부분은 기초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엑손모빌은 합성생물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엑손모빌은 유전자 조작된 조류를 대형 옥외농장에 배열해 햇빛과 산업용CC2에 노출시킨 후, 하루 1만 배럴의 재생가능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지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만일 엑손모빌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모듈형 설계를 훨씬 더 큰 규모로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엑손모빌은 북미 최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재생에너지그룹(Renewable Energy Group, Inc)과 협력해 유전 공학적 미생물을 개발 중이다. 재생에너지그룹은 폐기물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엑손모빌이 진행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로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방출되는 CO2를 저장하고 소비하는 연료전지와 탄소 배출량을 50% 이하로 줄인 플라스틱 제조 신기술 등이 있다.


◇ BP, 기존 인프라 활용해 바이오 연료 개발

다음은 영국의 다국적 석유기업 BP다. BP는 또 정제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액체 연료 인프라를 활용하는 데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BP는 브라질에서 매년 2억 갤런에 달하는 저탄소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 가동 중인 3기의 설비는 농업용 폐기물을 소각해 전력을 자가공급하고, 추가로 850GWh의 전력을 생산해 그리드에 송전하고 있다.

BP 역시 엑손모빌과 마찬가지로 합성생물학의 가능성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BP와 듀폰은 부타맥스(Butamax)라는 이름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부타맥스는 유전공학적 미생물을 이용해 휘발유와 블렌딩하기 가장 이상적인 알코올이라고 알려진 부탄올을 제조한다는 목표 하에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밀도가 휘발유의 90%에 달하는 부탄올은 차량 내연기관 개조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휘발유를 대체할 차세대 청정연료로 주목받아왔다. 미국 휘발유 연료의 10%를 차지하는 에탄올과 같은 방식이지만,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을 포함한 3대 바이오연료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데다, 자동차와 보트엔진을 포함해 기존 인프라에도 부식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타맥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에탄올 공장을 개조해 부탄올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전환 작업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부타맥스의 노력이 성공할 경우, 시장이 창출할 기회는 미국 내에서만 연간 200억 갤런에 달할 전망이다.

또, BP는 지난 해 유럽 최대 태양광 발전 회사인 라이트소스(Lightsource)의 지분 43%를 2억 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라이트소스는 BP와의 합병 이후 라이트소스BP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현재 가동 중인 1.3GW의 태양광 발전소와 추가 건립 예정인 2GW의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BP의 라이트소스 인수 작업은 세계 최대 석유기업들 사이에서 재생가능 전력을 향한 변화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로열더치쉘, 기술개발 대신 기업인수에 주력


일례로 네덜란드계 공룡 석유기업 로열더치쉘은 유전공학 미생물을 개발해 재생가능 연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실패한 후,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같은 달 BP는 유럽 최대 태양광 발전회사 라이트소스(Lightsource)를 인수했으며, 쉘은 태양광 발전기업 실리콘 랜치( Silicon Ranch) 44%를 2억17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실리콘 랜치는 880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GW에 달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밖에도 쉘은 전력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 발전, 분산형 태양광, 풍력, 매립지 가스 발전 등 자체 포트폴리오를 소유한 MP2 에너지도 인수했다. 이는 현재까지 쉐브론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접근법과 모든 면에서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 출발선상에 선 쉐브론…바이오부탄올 개발 기대감


쉐브론은 태양광, 풍력, 지열발전 설비에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연간 11만3000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많지는 않은 양이지만, 쉐브론이 이제 막 재생에너지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좋은 출발이라는 평가다. 또, 쉐브론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미국 서부해안에 다수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 안에 적극적이고 깨끗한 전력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쉐브론은 차세대 재생연료에도 투자하고 있다. 아직까지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쉐브론은 재생가능한 디젤의 미래가 밝다고 기대하고 있다. 재생가능 디젤은 석유화학 기반 디젤에 투입할 때 블렌딩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디젤과 명확히 구별된다. 회사 측은 캘리포니아 소재 특정 터미널에서 6%∼20% 비율로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친환경 전환 선두주자 토탈…20년안에 총자산 20% 저탄소 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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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인근 라데팡스 금융지구에 위치한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 (사진=AFP/연합)



물론 화석연료 공룡들의 재생에너지를 향한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단연 프랑스 토탈이다. 토탈은 20년 안에 포트폴리오의 20%를 저탄소 산업으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토탈은 청정에너지와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는 석유가스 생산업체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벤처캐피털 펀드를 조성해 20개 스타트업에 1억6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체 설비투자비(CAPEX)를 놓고 봤을 때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미래가치를 놓고 봤을 때 토탈은 한화 2000억원도 되지 않는 자금으로 20개 업체 중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이들 가운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기업은 수십 배의 자금을 창출하기 때문에 토탈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해 토탈은 기업 인수와 자체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세계 태양광 전지 및 패널 제조기술을 선도하는 선파워(SunPower Corporation)의 지분도 56%나 보유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기업 램프리스(Lampiris)와 ESS 기업인 사프트(Saft)를 인수하는 데도 13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최근에는 농업폐기물 분해와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이용한 항공연료 등 재생가능 연료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투자정보사이트 모틀리풀의 맥스 차츠코 전문가는 "한마디로 말해, 토탈은 석유가스기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때 따라갈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미래, 석유가스 수익성과 직결"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일관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엑손모빌 같은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정제소와 유통망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재생에너지 연료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반면, 쉐브론은 아직까지 재생에너지를 향한 경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살펴봤듯, 대형 석유기업들의 투자는 태양광 패널과 같이 실질적이며 느리고 완만한 접근 방식부터 차세대 에너지저장, 유전자 조작 조류 등 크고 대담한 베팅까지 다방면에 걸쳐 이뤄져 왔다.

차츠코 전문가는 "초대형 석유기업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며 "다시 말해, 좋든 싫든 재생에너지 미래를 향한 길은 석유가스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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