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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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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후난민' 남의 일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10 15:30

정종오 에너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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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무더위. 장마 같았던 5월 집중호우. 올 봄부터 우리나라도 이상기후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한 지역은 올해 4월 특정일의 기온이 무려 52도까지 치솟았다. 투발루, 통가 등 남태평양 도서국가는 상승하는 해수면으로 고향땅을 버려야 하는 비극 앞에 서 있다. 북극의 해빙(바다 얼음)은 계속 줄고 있다. 남극의 빙하도 지구 온난화로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세계은행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50년까지 약 1억4000만 명이 국경 내에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은행은 "최악의 기후 조건을 피해 생존하기 위한 이러한 이주 현상은 주로 저개발 지역인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과 남아시아, 중남미 등 3개 지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전망했다.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폭풍, 해일 등의 현상으로 생존이 불가능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각국의 영토 안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기후난민’들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징후들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조차 ‘기후변화는 별 것 아니야’라는 안일한 인식이 여전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앞으로의 나쁜 영향에 대해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까지 엿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해 전 세계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일하고 무지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이 경고한 2050년 ‘1억4000만 명 기후난민’은 전 세계가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이 최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와 손잡고 개발도상국가(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KOICA와 GGGI는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협업 체계 토대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개도국에 대한 녹색기후기금(GCF)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GCF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국제금융기구이다. GCF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나라들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KOICA는 GGGI와 함께 현재 필리핀, 라오스, 피지를 지원하고 있다. 낙후지역의 농업용수 개발, 도시 지역 폐기물처리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최근 피지 등 남태평양 도서국가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다. 피지뿐 아니라 투발루, 통가 등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해발고도가 고작 2~5m에 불과한 투발루의 경우 2050년쯤에 나라 전체가 바닷물에 잠길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이들 나라들에는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 지금 당장 먹고 살아가기도 빠듯한데 기후변화에 대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의 지원과 전 세계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KOICA의 이번 지원은 이들 국가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미래를 진단할 때 인용하는 개념은 크게 두 가지이다. UN이 강조하고 있는 ‘지탱가능개발목표(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그것이다. 유한한 자원을 마구잡이로 사용하지 않고 ‘지탱가능’하게 하고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낮추겠다는 ‘기후변화’에 대한 약속이다.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살기 힘든 행성이 될 것이란 섬뜩한 경고가 들어가 있는 개념이다.

‘기후난민’은 특정 국가의 문제에서 점점 그 영역을 넓혀 지구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전 세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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