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눈] '이유없는' 은행권 채용 확대...늘이지 말고 찾아야 할 때

조아라 기자 aracho@ekn.kr 2018.06.10 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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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조아라 기자] 은행에는 ‘식물인간’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은행에는 식물인간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왜일까?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대신 710만개 일자리가 없어진다. 고용정보원 보고서는 9년 뒤에 국내 취업자의 61.3%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4월 소프트웨어 업체 ‘컨듀시브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다레초 최고경영자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향후 10년 내 은행의 일자리 절반이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오래전부터 기계나 인터넷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왔다. ATM기, 텔레뱅킹, 폰뱅킹, 인터넷 뱅킹 등이 은행 창구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상담서비스인 챗봇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은행업무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 직업 가운데에서도 최전방에 위치한 셈이다.

AI 도입에 한발 앞선 일본 대형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인원감축에 들어갔다. 일본 3대 은행인 미즈호 은행은 향후 9년간 인원을 25% 줄인다고 발표했다. 영업점도 전체의 20%인 100개를 줄인다. 미쓰비시 UFG은행그룹은 9500명,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그룹은 4000명 가량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이런 바람은 머지 않아 국내 은행에도 불어닥칠 것이다. 그런 판국에 정부는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늘려서 신규 인력을 채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결국 올해 주요 시중 은행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채용을 예고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압박이 워낙 커서 어쩔 수가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다. 하지만 변화를 거스르는 정책이라면 다시 검토돼야 한다. 올해 은행에 신입사원으로 채용돼 10년을 근무하면 관리자의 위치에 오른다. 제임스 다레초의 예상대로라면, 은행 일자리 절반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무렵이다. 이들은 ‘식물인간’이 되거나 실직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 후기 실학파의 거두 박제가(1750∼1805)는 "이렇게 하여 병이 되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약이 된다"고 했다. 넘쳐나는 미래보고서와 이웃 일본의 예만 봐도 무엇이 약이고 무엇이 병인지 알 수 있다. 시류에 어두운 지도자들이 당장의 성과에 연연해 시행한 정책은 독이나 다름없다. 가만히 두어도 줄어드는 일자리를 억지로 늘리려 하기 보다는 늘어날 일자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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