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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의 눈] 보수의 몰락을 바라보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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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2부 신보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신보훈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은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한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진보세력의 불평이 들리던 대한민국이었다. 해방 이후 6·25 전쟁과 군사독재, 3당 합당을 거치며 탄탄한 지역주의가 완성됐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웬만한 정치 이슈로 표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푸념이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03%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득표한 바 있다.

보수는 왜 몰락했을까. 콘크리트 지지층은 언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을까. 한 정치 평론가는 안보 이슈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이슈를 모조리 빼앗긴 지점을 주목했다.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반공주의가 먹혀 들지 않고,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린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전부터 논쟁돼 온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가치를 진보세력이 선점하면서 보수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념적 가치가 아닌 현실적·보편적 가치에 민감한 20~30대에게 보수는 설 자리를 잃었다.

보수의 몰락을 바라보며, 건설업계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설은 한때 국가 재건의 일등공신 산업이었다.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깔고, 신도시를 개발해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했다. 건설업이 흥하다 보니 대학 건축 관련 학과의 인기 또한 하늘을 찔렀다. 시간이 흘러, 건설은 사양산업이 돼 가고 있다. 정부는 매년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불필요한 돈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어느새 젊은이들에게 건설업은 기피직종이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건설업계가 주도하는 이슈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스마트 자동차, 핀테크 등 시대를 관통하는 경제 이슈에서 건설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 내부에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타 산업의 혁명적 변화와 비교하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SOC 예산이 줄어들 때 건설업계가 외치는 "경제성장률 떨어진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건설업이 떠받드는 경제성장과 고용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의 몰락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수많은 징조가 있었지만 변화하지 못했기에 처참한 결과가 되돌아 왔다. 건설업의 쇠퇴도 조금씩 눈에 보이고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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