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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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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구리가격, ‘전기차+신재생 인프라 구축’에 미래는 장밋빛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20 11:54

▲지난 2016년 4월 25일 촬영된 사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러스에 위치한 한 전기차 충전소에 피아트 전기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차량에 플러그가 꽂혀있다.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공방전에 따른 우려가 확산되면서 구리 가격이 19일(현지시간) 3주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구리 수급 전망이 장밋빛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기차 대중화로 구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구리가 소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2.39% 하락한 톤당 6820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6809달러까지 밀려 지난달 3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2주 전이었던 지난 8일,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데서 6% 넘게 밀린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데다, 투자자들이 세계 1위의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를 우려한 점도 금속 가격에 부담을 줬다. 이날 상하이 증시는 약 4% 하락,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가치도 약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 지난 한달간의 구리 가격. (단위=톤당 달러, 표=광물자원공사)


총 금속 수요의 절반과 철광석 해상 교역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기관과 투자은행들의 리포트는 전기차 수요를 둘러싼 기대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캐나다 투자은행 BMO 캐피털 마켓츠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향후 몇 년간 구리 수요 성장을 이끌 가장 큰 원동력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MO는 "재생에너지를 향한 전세계적인 압력이 거세지면서 기존 전력망에 연결되는 소규모 발전 설비를 상당히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구리가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에서 연간 250만톤, 풍력 발전에서 185만톤 등이 2025년까지 세계 구리 수요에 추가될 것으로 은행은 내다봤다. 특히, 해상풍력 설비의 구리 집약도가 높은 편인데, 메가와트 당 평균 9톤의 구리가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휘발유·디젤차, internal combustion engine·ICE)보다 평균 3.6배의 구리를 필요로 한다.

아울러 배터리 사이즈가 커지면서 구리 사용량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순수 전기차 SUV에 들어가는 구리의 양은 100kg, 전기버스 구리 함유량은 300kg에 이른다.

BMO는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더라도, 전통 내연기관 차량 시장이 여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2018년 기준 ICE 차량은 전체 구리 수요의 7%를 차지하고 있고, BMO는 ICE 차량 판매가 2017년 대비 2025년까지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ICE 차량이 평균 23kg 이하의 구리를 함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ICE 차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OEM 업체들은 2025년까지 1800kt의 구리를 필요로 할 것"이라 전망했다.

여기에 자동차의 전기화(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에 따라 추가될 구리 수요는 2025년까지 1300kt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 분야에서 구리 수요를 3000kt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스 앨스 금융 저널리스트는 "이런 예측은 BMO의 기본 시나리오일 뿐이고, 이보다 더 좋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은행은 전기차 보급에 대한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베이징 당국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변경해 대형 배터리를 장착한 장거리 주행차량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뀐 것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4월까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70% 상승했으며, BMO는 이러한 속도가 유지될 경우 올해 안에 판매량 200만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전기차 판매량은 110만대였다.

BMO는 2025년까지 전기차 보급률이 12%( 배터리 전기차 7%,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도로 위를 주행하는 전기차 수가 1320만대에 달하고, 중국에서 신규 판매되는 차량 4대 중 1대가 전기차가 된다는 의미다.

BMO는 전기차에서 나오는 구리 수요 예측을 기존 332만 톤에서 12만5000톤 추가한 344만500톤으로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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