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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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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국제유가 어디로] "유가 랠리 아직 고점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03 07:42

전문가 "유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가능성도"
골드만 "캐나다發 정전 사태에 美 원유재고 감소 속도 가속"
메릴린치 "이란 제재 영향에 내년 배럴당 90달러"
미 EIA, 2018∼2019년 국제 원유가격 하락 전망


▲서울 시내 한 셀프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2분기에만 원유 가격이 14% 이상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은 유가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가가 많이 오른 현 시점에서 진입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 강화로 이란 원유 공급이 제로까지 떨어지며 배럴당 100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원유 재고 부담에 가격이 현 수준을 이어가다 내년 상반기 현 수준 대비 10달러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도 나온다.

세계 원유시장은 OPEC 감산정책의 종료와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 여파에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지만,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29일(현지시간) 배럴당 74달러를 넘어서며 2014년 11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이란제재로 공급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0센트, 0.95% 오른 배럴당 74.1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1.59달러, 2.04% 상승한 배럴당 79.44달러를 나타냈다.


◇ 배럴당 100달러 오를까?...42% "YES"

공격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시간 2일 오전 기준 CNBC 설문조사에서는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상승할 가능성에 ‘예’라고 답한 비율이 42%에 달했다.

저명한 에너지 전략가인 캐나다 토론토 소재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헤드는 지금 원유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큰 실수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추이를 보기 위해선 배럴당 77달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그녀의 조언이다.

크로프트 헤드는 28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WTI가 배럴당 77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며 "만일 유가가 이 지지선을 뚫는 데 성공한다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꿔 말하면, 크로프트 헤드는 유가가 여전히 3% 이상 추가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말 크로프트 헤드는 2014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유가가 세 자릿수로 복귀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자료=에너지경제신문DB)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진입할까. 베네수엘라, 이란 등지에서 발생하는 현재의 지정학적 암운들이 유가 랠리의 시작점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 주 초 미국은 동맹국들을 향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는데, 크로프트 헤드는 "이란 원유수출을 ‘제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공급차질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유가는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원유시장은 2010년 이래 처음으로 4분기 연속 상승 마감했다.

크로프트 헤드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 역시 시장의 원유공급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원유 수요는 증가하고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녀는 "올해 하반기 시장 수급이 점차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이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에 증산을 요청하는 등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유가가 더 오른다는 설명이다.

크로프트는 또 시장의 모든 눈길이 사우디가 얼마나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에 쏠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사우디 아람코가 1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유가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 골드만삭스, 원유재고는 낮고 공급차질 이슈는 산적

WTI가 3주만에 11% 가량 밀리며 급락세를 펼치던 5월 말, 저유가 시대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속에서도 꿋꿋하게 낙관론을 유지하던 골드만삭스 역시 유가 상승론을 견지했다. 은행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계획대로 공격적인 증산에 나선다 하더라도, 펀더멘털을 크게 뒤바꿀 정도로 위협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사우디의 생산 능력이 1100만 배럴에 달할 지 자체도 의문이지만, 설령 증산하더라도, OPEC 주요 산유국들과 러시아의 생산량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시장의 여유용량을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은행은 전망했다. 골드만삭스가 OPEC의 증산에도 소규모 물량만이 시장에 더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말 전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은 온통 OPEC 총회가 열리는 오스트리아 빈에 쏠렸지만, 원유시장에 충격파를 던질 가장 극적인 사건은 북미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은 "캐나다 오일샌드 설비의 가동 중단이 7월 내내 북미 지역의 공급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 오클라호마와 쿠싱 지역에 위치한 미국 주요 원유창고에서 재고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데미안 쿠발린 애널리스트는 지난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우디를 필두로 한 주요 산유국의 증산 물량이 북해산 브렌트유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사이, 캐나다 원유 설비 차질은 미국 WTI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쿠발린은 "캐나다 지역에서 발생한 공급차질은 현재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부족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OPEC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더 늘려야 수급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가 이미 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지만, 이 물량은 8월에 가서야 인도될 것이고, 6월 원유 재고 감소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고 덧붙였다.

쿠싱 재고는 원유 수요가 절정에 달하는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5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은 "캐나다 싱크루드의 원유생산시설 가동 중단은 7월 내내 36만 배럴의 공급부족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는 드라이빙 시즌과 맞물리면서 미국 원유 재고를 더 빠르게 소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은 올 여름 브렌트유 전망을 배럴당 82.50달러로 유지했으나, 연말 순차적으로 배럴당 7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골드만은 현재 원유시장의 공급부족과 낮은 재고 수준을 상기시키며 지금 당장 숏 포지션을 구축(유가 하락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은 하반기 유가 상승 이유로 리비아, 나이지리아, 캐나다에서 가동중단 사태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이란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강화되면 OPEC 예비생산능력이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 메릴린치, 유가 90달러 간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같은 경우 좀더 낙관적이다. 메릴린치는 이란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리비아 등 공급중단 위험이 시장의 수급을 위협하면서 내년 2분기 말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의 후탄 야자리 프론티어 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2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매우 매력적인 시장 환경에 처해 있다"며 "내년 2분기 말쯤에는 유가가 90달러 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원유 공급 차질이 전 세계적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란을 고립시키고, 미국 동맹국들에게 이란산 석유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EIA, 美 셰일 증산에 브렌트유 유가 하락 전망

반면,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공급차질 이슈에도 불구하고 미국 퍼미안 유전지대의 타이트오일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EIA는 강조했다.

EIA는 2018년 6월 ‘단기에너지전망(Short-Term Energy Outlook, STEO)’에서, 올해와 내년 브렌트유 평균가격을 배럴당 각각 71달러, 68달러로 전망했다. 현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중후반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5월 브렌트유 평균 현물가격은 배럴당 77달러로 전월보다 5달러 상승해, 2014년 이후 월평균가격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IA는 2019년 브렌트유 평균가격을, 5월 보고서 상의 전망치 배럴당 66달러보다 2달러 높은 배럴 당 68달러로 상향조정했다.

EIA는 2018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중질유(WTI)의 평균가격을 각각 배럴당 71달러와 64달러로, 2019년 브렌트유와 WTI 평균가격을 배럴당 68달러와 62달러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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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미국 에너지정보청/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EIA는 2017년 1월~2018년 4월 기간 중 세계 원유 재고 감소를 국제 유가 상승의 주원인으로 분석했다.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 세계 원유 재고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몇 달 동안 국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에는 원유 공급 증가분이 수요 증가분보다 높아 세계 석유 재고가 21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원유 재고 증가는 국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IA는 2019년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약 200만 배럴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170만 배럴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IA의 6월 ‘단기에너지전망(STEO)’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1080만 배럴로 2017년의 생산량(940만 배럴)보다 약 14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에는 118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같은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는 텍사스 주 서부와 뉴멕시코 주 동남부 지역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 유전지대에서의 타이트오일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향후 세계 원유 생산량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EIA는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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