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View] 금값 '날개없는 추락'...바닥은 어디?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7.05 08: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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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달러 주요 시험대"

▲독일 프랑크루프르트 마인에 위치한 분데스방크 독일화폐박물관에 전시된 골드바. (사진=AFP/연합)



금(金)은 위기 속에 빛을 발하는 자산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거나 전쟁 위험이 불거지면 여지없이 몸값이 오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9월에는 온스당 190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다. 그런데 글로벌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신흥국 통화가 폭락하고 있는 요즘 금값이 최근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값이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금 투자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금값 안정세의 원인인 달러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지긴 어렵기 때문에 1~2년 장기 투자를 생각한다면 가격이 내린 지금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무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금값, 바닥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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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간의 국제금값 추이. (표=네이버 금융)



이번 주 금값이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분석가들은 금값 추이를 정확하게 지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금 시장이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며, 반등할 여력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금값은 지난 주 강한 하방 압력에 시달리며 힘든 한 주를 보냈다. 무역 긴장과 미국 GDP가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을 무시한 채 1년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표적 안전자산 금이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낮은 가격과 불안정한 지정학적 환경에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이유를 놓고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달러 강세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조차 금값 약세에 적잖이 놀라는 모양새다.


◇ 예상치 못한 금값 하락세에 전문가들도 충격


영국 런던 소재 투자 컨설팅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시모나 감바리니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귀금속 전문 매체 키코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 가격의 하락폭은 우리의 예상치보다 약간 더 컸다"며 "무역 긴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유일한 안전자산이 금이었다는 건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가 95.50에 근접,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 당 1248달러 아래를 떨어지며 12개월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미쓰비시의 조나단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달러에 순풍이 불고 있다.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연초 이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금이 전혀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 무역전쟁의 전선은 미국과 중국에서 유럽연합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달러가 금, 원자재 등 모든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빼앗아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무역전쟁이 미국 외 지역과의 교역량을 줄어들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축소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라며 "세계 수출량 감소는 미국 달러 강세를 낳는다"고 전했다.

이어 "금값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펀더멘털적 요인은 충분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거시적 투자심리와 달러 강세에 의해 상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바리니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가 귀금속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을 제쳐두고 라도, 선물 시장 또한 금에 약세를 보여왔다"고 했다. 그녀는 "많은 투자자들이 금 선물시장에서 롱포지션을 청산하고 숏포지션을 구축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상황을 한층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들…美인플레 상승+저가매수 노린 中소비자

감바리니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이 지금의 위치에서 훨씬 더 많이 떨어질 것이라 보진 않는다"면서도 "달러 강세는 무역전쟁 레토릭(수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을 상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금값에 긍정적이며, 숏 포지션(금값 약세에 베팅)이 구축되는 가운데, 최근 2∼3주 연속 매도세가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이미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온스당 1250달러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금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본 것이다.

금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2가지로 요약된다. 달러 강세가 주춤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3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는 0.28% 하락한 94.61을 나타냈다. 달러는 약세 시 금값을 부양한다.

미국의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호재인데, 금 매수는 전통적으로 고물가 상황에서 헤징(hedging·위험상쇄) 전략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5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6년만에 처음으로 연준 목표치인 2%를 달성했다.

게다가 금값이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세계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의 구매가 급증할 수 있다. 버틀러는 "중국 소비자들은 금을 효율적으로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과 같은 금 약세장이 중국 투자자들의 적기"라고 분석했다. 금값이 1250달러 이하로 내려간다면, 극동지역(중국)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 관전포인트 …"온스당 1240달러가 중요한 시험대"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계속해서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온스당 1240달러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값이 바닥을 치고 있으며, 2015년 말 목격한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다. 기술적 지지선인 온스당 1240달러에 매우 가까워졌다. 우리가 그것을 잡을 수 있다면, 장기간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어 그는 "달러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하지 않는다면 금은 소폭의 안도랠리를 펼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캐나다 토론토 조새 TD증권의 라이언 맥케이 원자재 전략가는 향후 금값 전망과 관련, 온스당 1240달러 저점, 1255∼1260달러선에서 고점으로 예상했다. 다음 주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중립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앨버타 주 소재 SIA 웰스 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에젠스키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온스당 1240달러 선에서 등락을 이어가다 1240∼1260달러선에서 박스권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값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점친 것이다.

다만 시에젠스키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온스당 1240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금속시장은 과매도 상태이고, 금값은 1260∼1265달러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바트레이딩의 토드 호위츠 수석시장 전략가는 당분간 관망세를 취할 것을 추천했다. 호위츠 전략가는 "최근 무역전쟁 여파에 세계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에 대한 입찰은 없었다"며 "안전자산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금이 빛을 바랬다고 투자자들이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금값이 온스당 1240달러에 이르기까지 금을 구매해서는 안된다"며 "일시적인 반등이 이어지거나 숏커버링 랠리가 펼쳐칠 가능성도 있으나,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투자방법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3일(현지시간) 금값은 소폭 반등해 전날의 약 7개월 만에 최저치에서 벗어났다.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 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다. 하지만 백금은 무역 분쟁 우려가 수요에 타격을 주면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현물가격은 전장보다 0.9% 상승한 1252.96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1237.32달러로 하락해 지난해 12월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반등했다. 금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11.80달러(1.0%) 오른 1253.50달러에 거래됐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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