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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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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과도한 재벌 개혁 우려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10 15:34
장하준

▲전경련은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를 초청해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을 개최, 토론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전경련)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과도한 재벌 개혁은 우리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과 혁신생태계’를 주제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를 초청해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장하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사다리 걷어차기’(2004)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0) 등을 집필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 경제학자다. 신 교수와는 2004년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다.


◇"외국자본 입김 피하려면 대기업에도 차등의결권 부여해야"

장 교수는 우리 경제가 비정상적인 저성장을 맞이하게 된 요인은 "기업의 설비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외국 단기 자본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의 설비 투자를 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전경련이 주장했던 ‘주주자본주의 논리’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영미식 주주자본 논리를 따르다가는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은 엘리엇 같은 외국 자본에 휘둘리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주주들에게 가중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일각에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기업 주주권과 민주주의는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가 말하는 가중의결권 제도는 주식 보유 연수에 따라 의결권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제도다. 장 교수는 "장기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며 "국민연금이나 노동조합, 지역 사회 등이 주주로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벌이고 있는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는 "지배구조를 없애겠다고 경영권을 외국 자본에 넘겨주려고 하는 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될 수 있다"며 "가족경영 시스템을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의 사례를 예로 들며 "폭스바겐은 창업자 가족이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2대 주주는 작센 주 지방 정부다"라며 "가족과 국가 노동자가 의결권을 나눠 가지고 있으며,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틀을 정해놓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은행의 기업 대출 장려하고 연구 개발 지원 늘려야"

장 교수는 정부에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에는 은행 대출의 90% 정도가 기업 대출이었으나, 요즘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만 돈을 벌려고 한다"며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된 산업정책의 와해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 하락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은 개별 기업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의 연구 개발이나 장기금융 지원을 통한 산업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기업이 중점을 두고 있는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프로젝트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산업을 갖춘 현대자동차가 있다"며 "이들이 신산업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매개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의 경영 방식이 ‘문어발식’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장 교수는 "기업의 사업다각화는 기업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문어발식 경영이라고 비판한다면 기업은 언제 신사업을 키워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만일 우리 기업들이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밀가루와 설탕만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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