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환경 열악' 옛말…일하기 좋아진 IT기업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18.07.11 17: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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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말 발간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세대가 올해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선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직장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연봉’보다 ‘복지’다. 이런 트렌드에 IT 업계가 기민하게 반응했다. 요즘 IT기업들은 대기업 부럽지 않은 사내 복지로 핵심 인재 영입에 몰두하고 있다. 일하기 좋다고 소문난 IT 기업들의 사내 복지 트렌드를 요목조목 따져봤다.


◇ 행복한 월요일 즐거운 금요일…놀아야 일한다

일부 IT 기업 관계자에게 ‘월요병’은 옛말이 됐고, ‘놀금’ 또한 현실로 통한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탁월한 사내복지로 유명하다. 워라밸이 화두가 되기 훨씬 이전인 2015년부터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제’를 도입했다. 노동 시간은 딱 세 시간 줄어들었을 뿐이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는 그 이상이다. 한결 여유로워진 월요일 아침 시간을 이용해 아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킬 수도 있고, 밀린 은행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점심시간 역시 넉넉하게 90분이다.

또 2017년 3월부터는 임금 감소 없는 주 35시간제를 정착시켰다. 퇴근할 때 퇴근인사 하지 않기, 휴가계를 낼 때 사유 묻지 않기 등 소소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도 사내 복지 문화 향상에 혁혁하게 기여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일자리 으뜸 100대 기업’에 IT 기업 최초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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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코워크스페이스.(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숙박 어플리케이션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우아한형제들의 이런 사내 복지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지난해 4월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근무를 없앴고, 점심식사시간은 30분을 늘려 90분으로 정했다.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고용노동부서울강남노동지청이 마련한 ‘일 · 생활 균형 우수기업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일하기 좋은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우아한형제들과 위드이노베이션이 ‘월요병’ 척결에 앞장선 IT기업이라면, 카카오게임즈는 ‘놀금’의 선두주자다. 카카오게임즈는 단축근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1일부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전 직원이 계획성 있는 주말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개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주말을 선물한다는 취지로 ‘놀금’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놀금’제와는 별도로 월요일 10시 반 출근, 금요일 5시 반 퇴근제와 점심시간 90분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오정은 홍보팀장은 "카카오게임즈는 전직원 모두가 즐겁게 일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삶의 질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생활 밀착형 복지 등으로 건강한 업무 환경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가화만사성’ 실천하는 이유…‘2030세대 직원 多’

IT기업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중반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가 고민인 직원들이 특히 많다. 특히 IT 밸리 판교는 임직원들을 위한 보육 시설이 많은 지역이다. 여성 비율이 전체 직원의 30%에 이르는 엔씨소프트는 강남사옥 시절이던 2008년 사내에 어린이집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2013년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사내어린이집의 규모는 6배 이상 확장됐다. 현재 판교 엔씨소프트 사내 어린이집 ‘웃는 땅콩’은 사옥 1층과 2층, 외부 놀이터를 포함해 500여 평 규모에 달한다. 웃는땅콩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본 교육 과정 외에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경험할 있는 커리큘럼도 직접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표준화기구의 인재 양성 및 비정규 교육서비스 분야 국제 인증 2종을 동시에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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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어린이집 ‘웃는 땅콩’.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카카오는 카카오 공동체 임직원 자녀들을 위해 제주도 본사에 ‘스페이스닷키즈 어린이집’, 판교에는 ‘늘예솔 어린이집’ 등 두 곳의 어린이 집을 운영 중이다. 또 직원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유가족에게 2억 원을 지원해주는 가족사랑지원제도도 채택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와는 별도로 계열사 별로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운영 중인 점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임직원이 임신 및 출산했을 때 ‘슈퍼맘서포트 패키지 및 출산 축하 박스’를, 임직원 자녀가 입학했을 때 ‘입학 축하 박스’를 직원에게 선물로 준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2017 가족친화인증’ 기업 선정에서 1070개 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인증서를 수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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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에서 출산한 직원에게 제공하는 출산 선물 패키지.(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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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에서 임신한 직원에게 제공하는 슈퍼맘서포트 박스.(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남녀 고용평등 우수기업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은 우아한형제들의 세심한 배려도 주목할 만하다.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는 모든 임신부는 임신 즉시부터 출산 직전까지 2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하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임신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 임신부 근로시간 단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다.

남자 직원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배우자의 산부인과 검진이 있는 날이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남녀 모두 육아를 위한 1개월 특별 유급 휴가도 마련돼 있으며, 남자 직원도 2주 간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다. 자녀의 학교에 주요 행사가 있으면 별도의 연차 사용 없이 특별 휴가가 가능하다. 내년 상반기에는 사옥 인근에 따로 마련한 부지에 임직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도 개소할 예정이다.


◇ ‘일하기’ 좋은 회사 모토…책이 사람을 만든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세상 참 좋아졌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IT업계 관계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닌,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점이다. 조직문화는 수평적이지만 안팎으로 일어나는 경쟁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자율’이란 자신의 욕망이나 남의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원칙으로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으로, 우아한형제들은 작고 사소한 규율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의 원칙과 규칙을 세워 일할 수 있는 자율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와 같은 사소한 규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게임을 좋아해 게임 회사에 들어갔다 해도 독서는 필수다. 첨단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지만,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인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업계 전반에 흐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문화는 IT기업 사내 복지에서도 드러난다.

엔씨소프트는 총 3만 7000여 종의 국내외 도서와 정기간행물, 멀티미디어가 구비된 라이브러리를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 내 가장 자연채광과 전망이 좋은 자리에 마련해두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 등을 포함한 콘텐츠 디자인 작업에 활용되는 몬스터, 전쟁장비, 의상, 배경, 동·식물 등 방대한 사진 자료는 이곳의 자랑거리다. 직원들은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며 미소장 해외 자료도 희망 자료로 신청이 가능하다.

회사의 가치공유와 리더 및 전문가 육성 차원에서 엔씨유니버시티라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엔씨유니버시티에서는 직무능력과 리더십, 인문, 예술 등 다양한 강의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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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라이브러리 전경.(사진제공=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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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라이브러리 전경.(사진제공=엔씨소프트)




중견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도 게임관련 전문서적이 구비된 도서관을 마련해두고 있다. 1년에 1~2회씩 구성원의 자발적인 도서 기부를 통해 함께 나눠 보고 공유하는 도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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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과 위드이노베이션은 직원들의 도서 구입을 적극 지원한다. 문지형 여기어때 CCO는 "책은 성장의 원천이라고 믿는다"며 "IT에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접목했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해 여러 장르의 도서를 읽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IT업계 채용 시장 활짝…경력직은 수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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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여기어때)


일하기 좋은 IT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구직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00여 명의 인재를 새로 영입한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도 약 400여 명의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채용이 완료되면 우아한형제들의 임직원 수는 1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개발 프로젝트 등 미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개발자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위드이노베이션은 현재 4개 사업부(중소형호텔, 호텔/리조트, 펜션/캠핑, 게스트하우스)의 8개 분야(광고상품영업, 사업운영, 영업전략, 신사업 부문 등) 상반기 2차 공개 채용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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