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2017 현장. 중국게임사 스네일 부스에서 펄어비스의 온라인게임 ‘검은사막’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1년 넘게 ‘외사랑’ 하고 있는 꼴입니다. 관광분야는 좀 풀리고 있다는데, 게임 판호는 영 진척이 없네요."
"기업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요. 이젠 언제 열릴지 모르는 중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두 자릿 수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산업계 곳곳에서 해빙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는 여전히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장벽에 가로 막혀 1년 넘게 애를 끓이고 있다. 올해는 중국 게임시장 트랜드를 짚어볼 수 있는 현지 최대 게임행사로 꼽히는 ‘차이나조이’ 참가는 물론 참관 계획까지 취소해야겠다는 얘기들마저 나온다.
이미 기업들은 꽉 막힌 중국 대신 그간 한국산 게임 불모지로 여겨져 온 북미, 일본 등 새로운 빅마켓에서 중국 공백에 따른 해법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 풀리지 않는 ‘게임 한한령’ 난제…16개월간 中진출 게임 ‘0건’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작년 3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 게임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반대로 이 기간 동안 국내시장에는 200여 개 가량의 중국산 게임이 보급, 국내 모바일게임 순위 상위권 절반 가량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현지 정부로부터 일종의 허가권인 ‘판호’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인 상태다. 작년부터 판호 발급이 중단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은 올스톱됐다. 이미 현지 퍼블리셔(유통사)와 게임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펍지주식회사 등의 상황도 매한가지다.
앱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게임 136개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게임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금액만해도 19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게임의 중국 수출이 꽁꽁 묶인 사이 중국게임의 한국 내 입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도 최근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는 세계 게임시장에서 중국에게 이미 추월당하고, 급기야 내수시장마저 중국산 게임에 점령 당했다"면서 "그런데 정작 국산게임은 중국의 판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관광 한한령은 풀리고 있지만, 게임 한한령은 지속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한국공동관’ 사드 해빙 신호탄 될까
그나마 위안거리를 꼽으라면 지난해 ‘차이나조이’에선 사드 여파 등으로 인해 사용하지 못했던 ‘한국공동관’ 간판을 올해는 달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차이나조이에 참가했던 국내 게임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 미팅 건 수가 예년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드는 타격을 입기도 했었다.
또 중국 정부가 최근 게임 판호 심사 관련 주무부처에 대한 재정비를 끝내고 내달부터는 판호 비준을 재가동할 계획이라는 점도 기대해봄직한 대목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판호 심사기관을 기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선전부로 개편하면서 해외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를 비롯해 내자 판호에 대한 발급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선전부의 판호 발급 업무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산 게임이 판호 리스트에 포함될 지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은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국이다. 2017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 게임 수출 가운데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매출 기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