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 주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며 시작한 무역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발 미중 무역전쟁, 미시간주 심장 강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와의 악화된 관계로 미시간 주 경제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미시간 주에 공장 매입, 새 공장 건설, 1만개 일자리 지원 등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미국의 기술, 영업비밀, 일자리 등을 훔치려는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등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미시간주의 자동차, 로봇공학, 인공지능 등 경쟁력 높은 산업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시간주는 북미 지역에서 행해지는 모든 자동차 연구와 개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지역이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미시간주에도 자율주행, 신에너지 개발 등 첨단 사업에 상당 부분 투자하고 있다.
미시간주 지역민 상당수는 중국이 아직은 미국보다 기술력에서 뒤쳐져 있거나 동등한 수준이지만 조만간 뒤집힐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기술유출 우려 때문에 중국 투자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인 산업"이라며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너럴모터스(GM)는 현재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은 차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수출업체는 미국 브랜드가 아닌 BMW이고, 미국·캐나다산 부품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자동차는 일본 혼다 오딧세이다.
중국 등과 기업 기밀을 공유하는 데 대한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협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지업계의 주장이다.
제리 쉬 디트로이트 화교상업협회 전 회장은 "중국과 미시간 주를 분리할 수는 없다"며 "만약 시도하게 되면 자동차 업계는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중국 투자를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국의 대미 투자는 90% 이상 급락,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