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6일(화)
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썩는데 5백년 걸리는 플라스틱…지구촌은 전쟁 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16 18:15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에서 시민들이 8시간 만에 25톤의 플라스틱 병을 모으는 데 성공하며, 세계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지구촌에서 ‘플라스틱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세계 제2위의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독일 아디다스사는 향후 6년 내로 신발과 의류 용품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만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를 원료로 생산되는 화학섬유 일종이자 페트병 주원료이기도 한 폴리에스테르는 내구성이 높고 신축성이 좋아 의류·산업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매립 후 썩어 없어지기까지 500년 이상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2016년 재활용 물병을 이용한 러닝화를 처음으로 대량 생산했던 아디다스사는 올해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신발 500만 개 판매를 목표로 하고, 내년에는 그 숫자를 1천100만 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에릭 리트케 아디다스 글로벌 브랜드 총책임자는 "아디다스에서 판매하는 9억2000만 개의 개별 품목에 사용되는 원료의 절반 정도가 폴리에스터"라며 "2024년까지 원래 그대로의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외에도 최근 영국과 유럽 등에서 확산하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움직임에 발맞춰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는 스포츠 및 의류 업계도 늘고 있다.

현재 파타고니아, H&M 등이 일부 제품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 역시 2020년까지 일반 나일론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는 매년 800억(한화 90조 2800억 원)∼1200억 달러(135조 4200억 원)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으며, 오는 2050년이 되면 무게로 볼 때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고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히 바다에 가득 찬 플라스틱은 직접적으로 바다 생물의 생존에 위협을 끼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에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도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이달 초 칠레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칠레 플라스틱산업협회가 제기한 위헌소송에서 금지조치가 정당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국가 차원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 첫 경우다.

미국 시애틀은 이달 1일부터 술집과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략 5000개 음식점에서 빨대와 일회용 식기 제공을 제공하지 않거나, 종이로 만든 대체품을 사용하게 됐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도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스트로)를 없애기로 하면서 호응했다.

앞서 5월에는 유럽연합(EU)이 해양 쓰레기를 줄일 방안으로 2021년까지 플라스틱 면봉이나 빨대, 풍선 막대, 식기 등 플라스틱제품에 대한 금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회원국 정부의 동의를 받으면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병의 90%도 수거해야 한다.

4월에는 영국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의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인공 효소도 개발됐다. 분해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단 며칠 만에 분해할 수 있다.

존 맥기한 영국 포츠머스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PET를 먹고 자라는 미생물에서 분리한 분해효소 페테이스(PETase)의 3차원 단백질 구조를 강력한 X선을 이용해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소의 구조를 개선해 PET 분해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맥기한 교수는 "이 효소를 만드는 공정은 기존에 알려진 다른 효소 제조 공정과 비슷하다"며 "머지않은 시간에 PET는 물론, PEF, 그리고 다른 플라스틱까지 분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구 상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약 40%는 포장에 사용되는 데, 이 중 많은 경우가 한 번 사용된 뒤 버려진다. 재활용되는 비율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