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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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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한 차(?)...BMW 520d, 졸지에 '불나는 車' 전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24 14:32

BMW "이번달 중 리콜 계획 발표…EGR 관련 리콜 한국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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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20d (사진=BMW 그룹 코리아)

지난해 베스트셀링카에 이어 국토부 선정 ‘가장 안전한 차’로 꼽혔던 BMW 520d 모델이 위기에 휩싸였다. 최근 잇따른 화재 발생으로 리콜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리콜 규모가 최대 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면서 BMW 그룹 코리아(이하 BMW코리아)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하반기 판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BMW 520d 차종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7건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이 25대 수준이란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고가 520d 한 가지 모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BMW코리아는 자발적 자발적 리콜 실시를 타진 중이다. 차량 모델과 제작일시 그리고 리콜 대수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번 달 중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화재 원인은 해당 차종 내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품 내구성이 떨어지면서 냉각수 누수 현상이 빚어졌고, 해당 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400도 이상에 달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식혀지지 않으면서 화재가 일어나게 된 것. EGR은 디젤 엔진의 문제로 지적되는 질소산화물(NoX)을 저감시키기 위한 장치로 배기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다시 보내 재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제때 냉각이 이뤄져야 하지만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과열 현상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EGR 이상을 유력한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면서도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단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리콜 관련해서는 "BMW 측과 협의 중"이라며 "(리콜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등 외부에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리콜 실시 일자와 소비자 보상안 수립 여부다. BMW 측에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부품 확보에 차질이 빚어져 당장 이뤄질 순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BMW 자동차 가격이 기본적으로 6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차량인 바, 이에 상응하는 보상책이 마련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3일 오전 0시 10분께 인천시 남동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IC로부터 일산 방면으로 1㎞ 떨어진 지점을 주행하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아울러 리콜 대상이 10만 대를 넘을 정도로 많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제가 발생한 6세대 520d(코드명 F10), 320d 일부 차종은 국내에 약 10만 대 가량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는 "이번 달 중으로 자발적 리콜 계획을 수립·확정할 것"이라며 "현재 부품수급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리콜대상 차량 대수가 많더라도 신속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상안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도 있지만, EGR 관련 리콜이 이뤄지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BMW 520d 모델은 지난해 국내에서 9688대가 판매되면서 2017년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동시에 국토부에서 선정하는 ‘가장 안전한 차’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충돌·보행자·사고예방 안전성 분야에서 국산차 7종과 수입차 4종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BMW 520d 모델이 종합점수 99.1점을 획득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BMW 520d 모델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포함 여러 카페에서도 이미 BMW 화재에 대한 불만 글이 다수 게재된 상태다. 네티즌들은 "520d 차주들, 불안해서 어떻게 운전해요", "그냥 국산차 탈 껄, 후회된다" 등 다양한 반응을 표시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코리아가 사태가 더 확산되기 전에 빠른 조처에 나서야 한다"며 "사후 서비스(A/S)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한다거나 BMW 측으로 가해질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소비자 보호법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늑장 대응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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