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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략 차종‘ 美 엘란트라···현대차 ’핀셋 전략‘ 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29 10:31
크레타

▲현대차의 해외 전략 차종 크레타. (사진=현대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하반기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 각각 맞춤형 신차를 투입하는 ‘핀셋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보다 판매가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빠진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이라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연내 중국 시장에 현지 전용 스포츠 세단 ‘라페스타’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투입한다. 라페스타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강조한 준중형급 차량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플랫폼부터 새롭게 개발됐다. 세련된 감각을 앞세워 젊은 세대의 수요를 끌어온다는 게 현대차 측의 계획이다. 여기에 신형 싼타페와 투싼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점유율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이 같은 제품 라인업을 통해 하반기 중국에서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 경쟁사들의 판촉경쟁에 동참하는 대신 하반기를 기다려 경쟁력 있는 신차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을 일찍부터 세워뒀기 때문이다. 현지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글린트’나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바이두’ 등과 기술 협력을 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 경쟁에 임하는 자세의 경우 중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부분변경 모델, 투싼 부분변경 모델 등 볼륨 차종 신차를 투입하며 판매를 우선 늘린다는 정책을 세워뒀다. 스포츠 세단 G70을 투입해 제네시스 브랜드 인지도 향상까지 노린다. 전기차인 코나 EV, 수소차인 넥쏘 등을 출시해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정책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일정 수준 수익성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작년 말 기준 4개월치 가량이던 재고가 최근 3개월 수준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가 줄며 영업 환경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신설한 북미권역본부를 가동, 효율적으로 재고관리를 하기 위한 준비까지 마쳤다.

현대차가 이처럼 중국·미국 시장 공략을 세밀하게 준비하는 것은 지난 상반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해 1~6월 △판매 224만 1530대 △매출액 47조 1484억 원 △영업이익 1조 6321억 원 등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4.5% 늘었지만 원화 강세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 37.1% 줄었다. 여기에는 경쟁이 심했던 중국 시장의 판매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공장 가동을 전략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진 것도 수익성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의 영업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현대차가 이 같은 전술을 구사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 부양정책을 펼치고 있어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 생산을 늘려 이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브라질도 소형 SUV 차급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해외 전략 SUV인 ‘크레타’ 투입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터키의 경우 자동차 구매력이 줄고 리라화 가치가 올해 들어 3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현대차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터키 공장이 사실상 서유럽 시장을 위한 ‘생산거점’이라 이에 따른 불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현대차 터키 공장 물량의 약 10% 가량만 현지에서 소화되고 있고, 나머지 물량은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미국 금리 인상, 신흥국의 환율·증시 변동성 확대 등을 눈여겨보며 발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모델 공급을 적극 확대해 판매 경쟁력을 한층 제고해 나가는 한편,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고히 구축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 권순우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본격적인 신차출시에 앞선 체질개선이 진행됐다면, 하반기는 복잡한 대내외 변수에 대응하는 운용의 묘가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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