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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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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연일 40도...한·중·일 기록적 폭염에 '치솟는' LNG 가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01 12:07
-한중일 LNG 수입, 전세계 수요 72% 차지

-日,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폭염에 노후 석유발전소까지 가동

-中,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난방연료 석탄서 가스로 전환 

-韓, 文정부 탈석탄 탈원전→LNG 발전 늘려

-상반기 최고치 경신한 韓 LNG 수입…원전 가동률 상승에 하반기 둔화 전망

-원전 가동중단으로 상반기 LNG 수요 급증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올여름 들어 전 세계에서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남부는 섭씨 48도를 넘어섰고 북극권의 북유럽 국가에서도 기온이 32도에 달하는 등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양상이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의 72%를 차지하는 한중일이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살인폭염’에 시달리자 전세계 LNG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LNG 현물 가격인 LNG-AS는 7월 기준 mmBtu당 평균 10.0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달 기록한 5.59달러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가라앉을 때까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2,3위의 LNG 구매국인 일본, 중국, 한국에 몰아친 폭염 탓에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아태지역의 LNG 현물 가격에 상방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동아시아는 각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수년전부터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1위 LNG 수입국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LNG 발전 비중을 큰폭으로 늘렸고, 2위 수입국 중국 역시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나서면서 난방용 연료로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뒤를 잇는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 탈석탄,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발전용 LNG 소비가 늘고 있다.


◇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LNG 비중↑…폭염에 석유 발전소 가동 최대치로


올여름 일본의 폭염은 재난 수준이다. 실제 일본 기상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폭염을 자연재해로 선포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16분 사이타마 현 구마가야 시의 최고기온이 41.1도를 기록, 일본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도쿄도 오메 시의 최고 기온도 40.8도를 기록했는데, 도쿄도에서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것은 기상청 관측 이래 처음이다.

기상 전문가는 1년 중 가장 더운 달인 8월까지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서부 같은 경우 평년보다 50% 이상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일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온실가스 주범인 노후 석유 화력 발전소마저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비중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참사 전까지 일본의 에너지 믹스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했고, 약 50기의 원전을 운영해 전력을 생산했던 만큼 전력 수요가 급증해도 안정적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7년 전 일본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 그에 따른 원자로 붕괴 이후 일본은 모든 원전을 폐쇄했다. 잇단 원전 재가동에 ‘원전 제로 정책’을 폐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단 6기의 원전만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설비를 개선하고, 지속적인 안전 우려 속에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염이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일본 서부 산업 중심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간사이 전력은 총 용량 1.2GW 규모의 노후 석유발전소 2기에 대한 추가 가동을 시작했다.

일본 최대 전력회사 도쿄전력의 대변인은 석유, 석탄, 가스 발전소의 가동률을 평균적인 최대 용량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 탈석탄 정책에 가스 수요 급증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LNG 시장이자 세계 2위의 LNG 수입국 중국 역시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달 초 베이징의 평균 기온이 40.5도를 기록하며, 50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2018년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50% 급증한 2381만톤의 LNG를 수입했다. 파이프라인 가스(PNG) 수입량은 20.2% 증가한 1826만톤에 달했다.

지난 30일 해관총서(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총 LNG 수입량은 84.3% 급증한 109억 달러를 기록했고, PNG 수입액 역시 36.5 늘어난 56억30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

이런 속도라면 오는 2021년 중국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내년 정도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대기오염 억제를 위해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난방 연료를 석탄 중심에서 LNG로 교체하는 메이가이치(煤改氣)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말 한때 중국에 들어오는 LNG 단위당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 한국, 文정부 에너지전환정책에 발전용 가스 수요↑

세계 3위의 LNG 수입국 한국 역시 폭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기록적인 무더위에 한국의 가스 수요도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 LNG 수입은 전년대비 16% 가까이 증가한 2270만톤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은 국내 원전 24기 중 절반에 달하는 원자로가 유지보수를 위해 가동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6기의 원자로가 정상 가동될 예정이며, 이로 인해 대체재인 LNG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이밖에 950MW 규모의 한울 원전 2호기가 오는 5일까지 정상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양지혜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LNG 수입은 상반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가세는 하반기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LNG 수요는 상반기만큼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천연가스 소비는 난방용 도시가스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석탄과 원자력 대신 발전연료로 LNG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1월에서 5월 사이 한국 전력생산량에서 가스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기록한 20.4%에서 1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원전과 비교하면 변화의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국가 전력믹스에서 30%를 차지하는데, 같은 시기 점유율이 20.8%로 감소했다.

한국가스공사(KOGAS)는 상반기(1월∼7월) 1970만톤의 가스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18.5%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발전연료 부문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발전 부문에서 31% 가까이 급증한 870만톤의 가스가 판매됐다.

원자재 컨설팅 회사 우드맥킨지의 니콜라스 브라운 선임 가스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2018년 전체 LNG 수입량은 지난 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구매업자들은 겨울을 앞두고 벌써부터 가스 비축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LNG 현물 가격이 mmBtu당 10달러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구매업자들은 수개월에 걸쳐 저장고를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가스공사가 겨울에 LNG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라고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해석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LNG는 한국의 에너지 중장기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전력 부문의 가스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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