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리튬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거래되는 탄산리튬(순도 99%) 가격. (단위=kg 당 위안화, 표=한국광물자원공사) |
전기차 배터리 전략 광물 및 금속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지난 6월 중순부터 시행된 신에너지차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정책 변화가 이미 시장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판매가 줄자 중국 내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조업을 줄이고 있고 덩달아 리튬 가격 역시 하락하고 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Ministry of Industry and Information Technology)에 따르면 지난 6월 생산 라인에서 출고된 배터리 전기차(BEV)는 6만4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5월 대비 16% 이상 급락한 것이다. 같은 달 전기차 판매량 역시 23% 떨어진 6만3000대를 기록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5% 증가한 2만2000대였다.
중국의 배터리 전기차 생산은 지난 12월 15만대를 돌파하며 최고조에 달했는데, 보조금 축소 여파에 반년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특히 중국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은 6월에 톤당 1만8250 달러를 기록 중인데, 이는 올 들어 26% 하락한 것이다. 세계 최대 리튬 소비시장 중국에서는 70% 넘게 밀렸다.
중국 배터리 업계도 비상이다. 지난 달 중국 3위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 옵티멈 나노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인 인롱에너지 역시 판매량 둔화로 다수의 설비에서 생산을 미뤘다.
▲2017년 5월∼2018년 6월 누적되고 있는 리튬 손실량. (단위=톤당 달러, 표=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
벤치마크의 시몬 무어스 배터리부문 상무이사는 미국 광산전문 매체 마이닝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들의 수요 감소로 전세계 리튬 가격이 수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벤치마크 집계에 따르면, 중국 내 배터리급 탄산리튬 공장인도가격(ex-works prices)은 연초대비 26% 이상 하락한 톤당 1만825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리튬 소금 FOB 수출 가격은 2016년 이래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2016년 톤당 5000달러에 머물던 리튬 소금은 현재 중국산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1만6000달러에 육박했다.
무어스 이사는 "리튬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특히 희귀금속 시장에서 매우 드문 경우"라며 "공급 측면의 반응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5만톤으로 추산되는 세계 리튬 생산량은 3년 안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어스 이사는 "전세계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더이상 리튬 확보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대까지는 공급이 안정적 추세를 보일 것"으로 설명했다.
남미의 주요 리튬 소금광산 업체들은 용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공급의 대부분은 서호주와 다른 지역의 암석 광산에서 추가될 전망이다. 소금광산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것은 상당히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무어스 이사는 암석 리튬 광산을 확장 개발하는 것이 좀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일 수 있지만, 스포듀민(리티아 휘석, 리튬의 주요 광석) 광산은 리튬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암석광산의 광부들과 고객들은 광석에서 배터리 등급 리튬을 얻기까지 종종 길고 비용이 많이 들며, 병목현상을 겪는다.
한편, 리튬과 전기차의 대체 기술 개발 역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리튬 금속을 사용하는 고체 배터리로 전환하고 있다. 상용화까지 5∼7년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고체 상태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70% 이상 높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스는 "변수가 될 고체 상태 배터리는 리튬을 20% 가량 더 필요로 한다"며 "리튬 가격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