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인공지능 로봇, 재용Ⅲ입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18.08.08 09: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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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정희순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굴지의 재벌그룹 후계자인 남신 본부장은 뺑소니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회사 경영권을 노린 극악무도한 인물이 벌인 악행 때문이다. 때마침 그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 아니 인공지능 로봇 남신Ⅲ가 나타난다. 외모는 남신 본부장과 판박이인데, 힘은 ‘로봇 태권브이’를 능가한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기기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데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능력은 무한히 확장된다.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는 로봇은 사업적인 면에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낸다. 7일 종영한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스토리 얼개는 대략 이렇다.

AI, IoT, 로봇, 자율주행차까지. 이 드라마엔 요즘 삼성, 현대차, SK, LG 등 우리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핫’ 키워드가 줄줄이 등장했다. 재벌 후계자의 역할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한다는 ‘발칙한 상상’에 몰입해버린 것은 아무래도 현실감 있는 소재의 영향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극의 클라이맥스는 인간 남신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이어진다. 자신을 똑 닮은 남신Ⅲ를 보고 묘한 불쾌함과 지독한 박탈감을 느낀 그가 꺼낸 카드는 ‘수동제어모드’였다. 회사를 잘 일구겠다는 신념보다는 할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던 그는 급기야 남신Ⅲ를 이용해 사람들과 회사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지만, 딱 이 장면에서 만큼은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이 떠올라 씁쓸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의결 했다. 좋게 해석하자면 기관이 대주주로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겠으나, 달리 말하면 ‘수동제어모드’로 기업을 컨트롤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우리나라 연기금 규모는 총 634조 원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주식을 가진 국내 기업은 모두 276곳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이 미칠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미다. 기금을 운용하는 권한은 현재 인선이 진행 중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주어진다. 권한이 크기에 어느 자리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 혹여 기업을 향한 분노와 원망만이 가득한 이가 키를 쥐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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