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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동아시아 철도 구상과 평화경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20 08:29
권형택 김포골드라인운영 주식회사 대표2

▲권형택 김포골드라인운영 주식회사 대표


[칼럼=권형택 김포골드라인운영 주식회사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미국과 동북아 6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축을 제안했다. 과거에는 냉전과 남북 북미 대결시대에서는 금기시 되어 왔거나 친북이나 좌익으로 몰릴 내용인데, 국가수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철도산업 종사원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최빈국 수준에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부상 했다. 하지만 2차 도약이 없어 진정한 선진국 문턱에서 멈춰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산업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정유, 화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금융 (기업순위로 보면 세계 60위 이하), 철도, 소프트웨어 산업, 항공기 제조,유통,농수산,교육,음식료,물류,우주·위성,바이오,제약,환경, MICE, 패션 등 정말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선대가 물려준 산업을 지나치게 편식하고 있다가 영양실조에 걸린 상황이라 보면 된다.

각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철도 시장은 최소 연간 약 35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약 5%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학생으로 치자면 전과목 중 수학(반도체 등 일부)만 잘하고 나머지는 낙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같다.

이래서는 선진국으로 가기 힘들다. 현재 글로벌 철도시장은 중국이 대부분 잠식하고 있고 나머지는 유럽이나 일본이 과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고속철(TGV)을 비교적 90년대에 도입해, 일찍 시장에 눈을 떴었다. 당시는 중국이 시장 개방하기 전이었고, 우리나라처럼 철도기반산업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손꼽을 정도 였다.

우리나라가 IMF 등을 겪으며 주저춤하는 사이 중국이 글로벌 철도 시장을 거의 독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철도산업도 다소간 기형적이다. 몇 몇 차량제조사들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고 정작 건설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철도산업 시장을 주무른다.

SOC산업의 특성상 건설사들은 30∼50년 운영과 유지보수를 걱정하며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토목·건축으로 납품하고 대금을 받아가면 끝이다. 철도산업에 있어 주력 당사자는 아닌 셈이다. 건설사로 보면 여러 현장 중에 일부인 셈이다.

이런 면에서 유럽은 탄탄한 철도산업의 기반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흔히,지멘스,보슬로(Vossloh),탈레스,알스톰,안살도,봄바르디아,시스트라 등 쟁쟁한 업체들이 많고 운영 분야는 세계적인 대도시의 공공 운영회사들과 민간 운영회사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16년 사우디 리야드 도시철도 운영권 (약 10조 원 규모) 국제입찰을 해보니 우리나라가 부족한 점이 너무 많고 정부차원의 육성전략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더구나 글로벌 인프라 시장은 금융이 함께 나가야 하는데 국내 대기업과 건설사 보증을 위주로 한 대출과 투자관행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울타리에 갇힌 국내 철도산업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TKR(남북종단철도)연결에 있어서는 여러 외국사보다는 국내회사가 경쟁력을 가진다고 본다. 국내 철도 및 국토교통 정책권자들은 이런 기회를 천금같이 활용해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여 TCR(중국 횡단철도)과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놓고 나면 우리나라가 물류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최근 송영길 의원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현대글로비스와 러시아 물류회사 페스코와 협약을 맺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64개 컨테이너를 출발시켰다. 이는 역사적인 극동아시아 물류의 첫 삽이라고 보아야 한다. 배로 가면 약 40일 걸리던 것이 약 22일로 줄었다 하니 그 잠재성을 가늠할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가 작은 영토로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올라선 배경은 해상 물류에 있다. 그만큼 물류는 정보와 지리적 선점 그리고 무역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회가 올 때마다 적극적인 공세를 취해서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한가지 TKR을 연결함에 있어 비용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과거처럼 정부예산으로만 투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국제컨소시엄’을 잘 활용하면 된다. 물론 일부 엔지니어링이라든지 초기 투자비용은 우리가 부담하더라도 그 효과를 고려하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만약 우리가 안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가 그 빈 곳을 파고 들것이다.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장애가 없을 수 없고 난관이 없지 않다고 본다. 특히, 북미간 큰 틀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구상은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 이 부분에서 외교역량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북한을 국제외교무대와 정상국가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국제경제체제의 일부로서 작동하면 비핵화의 목표도 더욱 신속히 달성될 것이라 본다. 중장기적으로 그것이 곧 미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하리라 본다. 우리는 평화체제 구축의 정치적 목적도 있지만 철도나 물류처럼 당면한 경제 신성장 동력을 이 과정에서 확보하여 기회를 살려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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