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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조아라 기자] 금리인상의 ‘군불’을 때던 한국은행이 최근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와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연이은 악재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온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30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한 이후 금리 동결 조치가 줄곧 이어진 가운데 국내외 경기 불안으로 자칫 인상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는 물가 상승률이 낮은 데다 지방선거가 있어 금리 상승 추진력이 약했다.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어있어 금통위가 이번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될 경우 한미간 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부채 확대와 실물경제 리스크 현실화를 이유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빠르면 이달 중순 한은이 기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당시 이일형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는 현재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 중인 관리물가 품목을 제외하면 이미 목표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정부 정책에 의한 관리물가 상승 억제를 고려하면 실제 물가압력은 표면 수치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장 먼저 시장이 반응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128%를 한달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금리 상승세는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로 읽혔다.
이처럼 8월 금리가 오를 것이라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먼저 금리 인상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인상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난 1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1.997%를 기록했다. 10개월 만에 1%대로 내려가며, 작년 10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악의 고용 불안 등 경제지표의 악화가 큰 몫을 했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에 그치고 실업자 수가 7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선 것을 한은의 금리인상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이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반도체 경기 고점 논란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나라 밖 사정도 어렵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전쟁과 터키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대내외 악재가 한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한은과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다. 해외 IB(투자은행) 중에서도 바클레이스와 씨티는 각각 2.9%에서 2.8%로, 골드만삭스는 2.7%로 내렸다.
10월엔 미극 금리인상(9월)을 계기로 한은의 금리인상 당위성이 커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도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10월에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에 실기(失機)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은 내부에서도 2월이나 4월에 인상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의 강승건 연구원은 "당초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었지만 고용지표의 급격한 악화로 인하여 10월 금통위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동한 상황"이라면서 "금주 후반부터는 8월 금통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