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 사장이 새로 출시된 ‘올 뉴 랭글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 |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정신 없이 흔들리는데 진짜 재밌다."
올 뉴 랭글러 시승행사 현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무려 11년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온 랭글러.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한국이 가장 빠르게 출시됐다. 이런 차를 일반 도로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소위 말해 ‘예의’가 아니다. 지프 차종 가운데서도 전통 오프로더 강자로 명성이 높은 만큼 시승은 울퉁불퉁한 험로가 펼쳐진 강원도 평창 흥정 계곡 일대에서 이뤄졌다.
▲올 뉴 랭글러. (사진=에너지경제) |
◇ 군용차 닮았지만 뭔가 세련됐다
랭글러는 멀리서 딱 봐도 랭글러였다. 굵은 자갈 사이로 계곡이 흐르는 오프로드를 위풍당당하게 달리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대식 입맛에 맞춰서 디자인이 변했다지만, 7개 그릴을 중심으로 뻗은 직선과 둥근 레드램프 그리고 널찍한 휀다에서 풍기는 볼륨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가히 지프의 헤리티지에 충실한 ‘타임레스 쿨 스포츠유틸리티차량(Timeless Cool SUV)’이란 수식어를 지닐 만했다.
"전쟁을 위해 태어난 차량이다". 랭글러가 주파한 계곡 한 가운데서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은 단 한 문장으로 신형 랭글러를 묘사했다. 지프 브랜드가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프로드 능력 하나만큼은 랭글러가 독보적이란 사실도 강조했다. 설명하는 그의 모습 뒤로 랭글러에 새롭게 적용된 퍼포먼스 LED 헤드램프가 밝게 빛났다. 데이라이트와 방향지시등이 휀다로 옮겨온 것도 눈길을 끌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전통 오프로더라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멋들어졌다. 아날로그 이미지를 벗어나 안전 및 편의장치가 대거 탑재됐다. 랭글러는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 오프로드뿐 아니라 온로드에서도 탈 수 있는 차로 거듭났다. 차세대 유커넥트(Uconnect) 8.4인치 터치스크린을 갖춘 센터페시아 구조는 올 뉴 컴패스와 유사하다. 키레스 엔터 앤 고(Keyless Enter N‘ Go) 스마트키 시스템도 구현했다. 이외에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블루투스 통합 음성명령 기능도 가능하다. 도심형 레저차량이자 데일리카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란 게 사측 설명이다.
▲올 뉴 랭글러. (사진=에너지경제) |
◇ 4륜구동(4x4) 기술, ‘못가는 곳’이 없다
본격적으로 랭글러 시승에 나섰다. 시승차는 랭글러 루비콘 하이. 패달에 발을 올리자 시원스런 엔진음과 함께 가속이 이뤄졌다. 비포장도로인 탓에 고속으로 차를 몰아보지 못했지만 저속에서 치고 달리고자 하는 느낌만큼은 분명하게 전해졌다. 신형 랭글러는 가솔린 2.0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 힘을 낸다.
오프로드 구간을 앞두고 기어레버를 조작해 4륜 구동(4x4)으로 주행 방식을 변경했다. 구동 방식과 운전모드를 설정하는 손잡이 장치가 별도로 존재해 낯설었다. 지면을 꽉 붙잡은 바퀴가 전진을 시작하자 자갈에서부터 잔잔한 진동이 서서히 올라왔다. 거친 길에서는 몸이 좌우로 튕겼다. 오프로드 성능을 보유주는 구동렬, 드라이브 트레인(Drive Train), 기울기를 표시한 피치 엔 롤(Pitch & Roll) 기능도 계기판에서 덩달아 시시각각 변했다.
일반 차량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낼 산길을 달리는 내내 ‘헤드뱅잉’이 계속됐다. 보조석과 뒷좌석에 앉은 동승기자도 A·B필러(앞 창문과 측면 차체를 받치는 기둥)에 위치한 그랩핸들을 잡고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랭글러(Wrangler)란 말마따나 카우보이처럼 험로를 질주했다. 특히, 계곡을 건널 때 발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와 자갈 부딪히는 소리가 맞물리면서 짜릿한 경험을 선사했다.
분명 위험한 길인데도 불안감은 전혀 없었다. 지프에서 자랑하는 4륜 구동 기술,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랭글러 차체 덕분이었다. 경사도가 30° 이상으로 등판이 불가능해보였던 구간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락-트랙(Rock-Trac) 4x4 시스템을 이용하자 거뜬했다. 랭글러 전(全) 모델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이루어지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획득 가능한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뱃지’를 측면에 부착했다. 험로 주파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란 얘기다.
또한 최대 36° 진입각, 20.8도의 램프각(break over), 31.4° 이탈각, 기존 모델대비 39mm 높아진 269mm의 최저지상고, 76.2cm의 최고 수중 도하 깊이, 2495kg(드로백 트레일러)까지 견인할 수 있는 동급 최강의 오프로드 성능을 위한 하부 스펙을 갖췄다.
▲올 뉴 랭글러 내부 인테리어. (사진=에너지경제) |
오프로드 주행을 자주 즐기는 소비자라면 새로 출시된 ‘올 뉴 랭글러’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新) 모델은 최첨단 냉각 기술을 적용하고 윈드쉴드 각도를 조정해 공기역학 고려한 디자인을 구현, 연료 효율성을 향상해 도심 주행에도 적합하다. 사하라 모델 기준으로 최대 36% 연비가 개선됐다. 제원상 평균연비는 9km/ℓ 안팎이다.
지프는 국내에서 4도어 가솔린 모델 ‘올 뉴 랭글러’를 4가지 트림(스포츠, 루비콘, 루비콘 하이, 사하라)으로 출시했다. 가격은 4940만 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