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중국 정부가 최근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의 규제안이 발표된 후 국내 게임업체 대장주로 꼽히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의 주식이 일제히 하락했다.
사드(THADD) 보복의 여파로 1년여 넘게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판호)조차 발급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엔 국내외 게임 타이틀을 막론한 게임총량 규제안 등장에 국내 게임업체들은 ‘설상가상’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3일 게임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를 비롯한 8개 부처는 지난달 30일 미성년자의 총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온라인 총량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신작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량에 대해서도 강력히 통제하기로 하면서 중국시장 진출 문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그간 중국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보다 육성책을 펼쳐오던 국가로, 게임 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총량’ 개념을 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곧 시장에서 유통되는 전체 게임의 총 개수를 통제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이는 해외게임은 물론 자국산 게임에도 해당, 이 여파로 중국 최대 게임기업인 텐센트 주가도 당일에만 5%p 이상 빠졌다.
이번 규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시 주석은 "중국 내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근시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청소년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며 "과도한 학업 및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의 무분별한 사용, 야외활동과 운동 부족을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규제안이 발표되자 중국 판호가 나오기만을 고대했던 국내 게임업체들의 주식은 일제히 하락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12만7500원을 기록하던 넷마블의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11만6500원을 기록했으며, 40만 원 이상을 호가하던 엔씨소프트 주식도 38만5500원으로 내려 앉았다. 신흥 주식으로 펄펄 날던 펄어비스의 주가도 불과 일주일 새 5% 가까이 빠진 24만 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이미 중국어 버전까지 완성했지만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현지 게임 퍼블리셔 스네일게임즈와 손잡고 금방이라도 현지에서 출시할 것만 같았던 펄어비스의 ‘검은사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펍지가 개발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역시 수익모델을 뺀 채 중국 유통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당국의 수익화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안이 게임산업을 재편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지난 4월 게임산업 주무부처를 광전총국에서 공산당 휘하 선전부로 바꾸고, 규제정책을 펴나갈 것을 공식화했다. 이번 규제안이 중국 문을 두드리던 국내 게임업체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게임 기업들에게도 타격을 주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올해 한 해 중국에서 6억2000만 명의 게임 이용자가 379억 달러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안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게임 업황에 당분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이번 시 주석이 언급한 규제안과 관련해 조만간 구체적인 후속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E칼럼] 트럼프의 화석연료 회귀와 한국의 선택](http://www.ekn.kr/mnt/thum/202504/news-p.v1.20240401.903d4dceea7f4101b87348a1dda435ac_T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