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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눈] 거래소 규제없는 블록체인 육성? 절름발이 정책 따로없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9.08 22:39

금융부 조아라 기자



일반 유흥 주점, 무도 유흥 주점, 기타 주점, 사행시설 관리 및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 그리고 암호화폐 거래소. 지난달 1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암호화폐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입법안에 드러난 현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상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현정부의 시선과 인식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거래소=도박장이다. 여기엔 어떤 함의가 있을까?

업계는 반발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들고 있어났다. 관련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들도 발끈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날을 세웠다. 이번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일단 나라 안 사정은 이렇다.

나라 밖을 보자.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래소 거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암호화폐 공개(ICO)에 관한 최종 규정을 발표한다. 지난 2년간 연구 성과다. 폴란드는 암호화폐 과세 초안을 공개했다.

그 뿐이 아니다. 아예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나서겠다는 국가도 적지 않다. 이란, 인도,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싱가포르 게다가 중국까지 거론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려면 거래소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 현 전통 금융기관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 보안 시스템, 허가 조건 등 수많은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일을 많이 했고, 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라 안으로 돌아오면 정부가 할일이 많아 진다는 소리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걷잡을 수 없게 커져 버린 시장. 뒤늦게 손대 봤자 얻을 거 하나 없는 곳. 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속내가 읽힌다. 

한 때 유행했던 광고카피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블록체인 사업 육성에는 수백억원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 한 쪽으로 거래소를 사행업체로 분류하는 함의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자리하는 듯 하다. 차라리 아무 것도 안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일까? 

지난 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총 1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블록체인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결국 절름발이 블록체인 사업에 혈세를 쏟아붇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지금 급한 것은 합법 도박장이 되어버린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다. 올바른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먼저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쯤 정부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을 그만할까. 박성준 동국대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암호화폐 촛불집회라야 가능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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