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에 이어 네이버까지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향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활황일 때 액면분할을 단행하면 몸값이 낮아진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이나,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네이버의 경우 올 하반기 수익 개선이 불투명한데다 은산분리 같은 호재가 있지 않는 한 액면분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올해 액면분할 단행 27곳 상장사 주가 ‘널뛰기’
▲<올해 액분 거래정지일 직후 이달 10일까지 주가 등락률>(자료:한국거래소)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액면분할을 단행한 상장사 27곳의 주가는 평균 3% 올랐다. 각 상장사마다 액면분할 시기는 다르지만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7.7% 하락하고 코스닥이 0.4%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은 상회한 것이다. 27곳 가운데 17곳은 하락했고 10곳은 오름세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액면분할을 단행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것이다. 액면분할로 주가의 몸집을 작아지면서 상승장일 때는 두 자리 수 이상 급등했다가 하락장일 때는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가령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씨티의 경우 액면분할 후 재상장일인 3월 13일 4290원에서 6월 25일 1만2000원까지 179% 올랐다가 현재는 7900원대에서 조정받고 있다. 이 기업은 액면분할 후 이달 10일까지 주가가 84% 넘게 급등했다. 5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한 휠라코리아의 경우 재상장일인 5월 6일 2만4850원에서 이달 10일 현재까지 주가가 64% 넘게 올랐다.
반면 한국철강의 주가는 재상장 첫날 5월 4일 8560원에서 이달 10일 6460원으로 24% 급락했고, 한익스프레스도 이달 10일 4685원으로 22% 넘게 하락했다.
◇ 삼성전자는 ‘액면분할’로 이득봤는데, 네이버는?
▲삼성전자 주가 추이.(사진=크레온 화면 캡쳐) |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이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국내 증시가 활황일때는 주가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즉 시장에 자금이 풍부할 때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렴한 기업들을 위주로 매수세가 몰린다는 것이다. 반면 시황이 안 좋고 해당 기업의 주가 모멘텀도 없는 상태에서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액면분할의 성공적인 사례로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현재까지 주가가 10% 넘게 급락했다. 그러나 만일 액면분할을 하지 않았더라면 외국인의 ‘매도’만 부각되면서 주가가 더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액면분할 후 재상장 첫날인 5월 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847억원어치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83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투자자가 사들이지 않았으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떨어졌을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를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의 대부분이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 성격으로 삼성전자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액면분할은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사례로 봤을 때 네이버의 액면분할은 시기상으로 별로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네이버는 최근 이사회에서 1주당 금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의결했다. 신주는 다음달 12일 상장 예정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 주당 가격은 현 72만원에서 14만원대로 낮아지게 된다. 다만 지난 6월 이후로 증시가 조정장세를 보이는데다 하반기 투자비용 증가로 네이버의 실적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액면분할 자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7월 12일 78만2000원에 달했던 네이버 주가는 이날 현재 7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하반기에도 실적이 안좋을 것이라는 건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는 이슈"라며 "네이버 주가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액면분할보다는 M&A나 은산분리 완화 등의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