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서초사옥.(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삼성물산, 남양유업 등 국내 상장사들이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이나 토지 등 유형자산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데다 대내외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이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삼성물산, 재무구조 개선 위해 강남 랜드마크 처분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2일까지 상장사들의 유형자산처분 공시 건수는 총 2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곳)보다 70%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유형자산처분공시(34곳) 건수와도 맞먹는다. 특히 월별로 보면 8월에 유형자산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는 상장사가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건물을 매각한 대표적인 상장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사옥을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은 해당 건물을 오는 21일 7484억원에 처분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3.3㎡당 3000만원으로 단위 면적 당 역대 최고가였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서초사옥 매각 대금을 지배구조 개편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삼성그룹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삼성제약 역시 같은달 16일 자산운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1011번지 토지를 알리코제약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80억원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 총액 대비 5.19%에 해당한다.
◇ 금호전기, 루미마이크로 이어 경기 용인 토지 매각
금호전기도 최근 주요 자산을 잇따라 처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토지를 2350억원에 계열사인 금호에이치티에 처분했다. 금호전기는 지난 6월 계열사인 루미마이크로를 에스맥에 매각하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2009년 금호전기가 인수한 루미마이크로는 지난해 매출액 610억원,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 해당 기업을 처분하면서 실적에 대한 부담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12일 바른손이앤에이에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소재한 토지와 건물을 520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남양유업은 해당 자산을 내년 3월 29일에 처분 완료할 예정이다. 사조동아원 역시 지난달 29일 폴라리스개발에 인천 만석동에 위치한 토지를 모두 처분했다.
◇ 정부 규제완화 미적, 주 52시간제 등에 기업들 ‘군살빼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 대내외 경기 둔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군살빼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 두 국가의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처분 사유가 다 다르지만 대체로 상장사들의 자산 처분은 국내에서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완화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대내외 불확실성 등이 맞물린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