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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신 美···현대차그룹 ‘정의선 리더십‘ 빛 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9.19 13:39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대북 경제사절단 대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승진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미국을 찾으며 관세 등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 전기·자율주행 차 미래 새 먹거리 확보 등 숙제가 잔뜩 쌓인 와중에 정 수석 부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지 주목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향한 정 수석 부회장은 월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단독 면담을 펼치는 등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 고위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한국을 관세 예외국으로 설정해달라고 설득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방북한 가운데 정 수석 부회장 홀로 미국을 찾은 배경이다.

정 수석 부회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미국을 택하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이 처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시장 판매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지 않다는 점,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위기를 맞았다는 점, 한국 정부가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서두르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 그룹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총체적 난국’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정 수석 부회장이 리더십을 통해 해당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 출발점은 이번 출장의 결과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이 수입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가운데 한국만 이를 피해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경쟁사 대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겠다고 언급한데다 당시 우리 측이 자동차 분야에서 많은 양보를 했던 만큼 정 수석 부회장의 이번 방미에 일정 수준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 차 시대’를 위한 체질개선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 수석 부회장은 올해 초 ‘CES 2018’ 현장에서 "현대차그룹은 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2개월 동안에는 물류 비즈니스 기업, 인도 차량공유 업체, 미국 모빌리티 전문 업체, 스위스 홀로그램 증강현실 업체 등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정 수석 부회장은 1999년 현장에 뛰어든 이후 정몽구 회장 아래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앞서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 대표 자리에 올라 ‘디자인 경영’을 통해 회사를 살리며 특유의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수석 부회장이 최근 승진을 통해 그룹 내 2인자 자리를 확실히 점한 만큼 앞으로 경영 보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시점에 어떤 리더십이 나오느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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